세계 석유화학기업의 인수합병(M&A) 거래규모가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기업들은 2014년 하반기 저유가로 접어든 이후 신규 설비투자보다 M&A를 통한 사업 확장을 선호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 세계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석유화학기업 사이의 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석유화학기업의 M&A 거래금액은 3000억달러(약 327조원)로 2016년의 2310억달러(약 252조원)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의 M&A 거래금액은 2013년 320억달러로 바닥을 친 뒤 매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M&A 거래 건수도 2013년 537건에서 2016년 650건으로 21% 증가했다.
2016년에는 세기의 합병으로 불리는 미국 Dow Chemical과 DuPont의 합병을 포함해 중국 국영기업 ChemChina의 스위스 Syngenta 인수, 프랑스 AirLiquide의 미국 AirGas 인수 등 굵직한 안건들이 진행됐으며 2017년에도 독일 Bayer이 미국 종자 생산기업 Monsanto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SK종합화학은 Dow Chemical의 EAA(Ethylene Acrylic Acid) 사업에 이어 PVDC(Polyvinylidene Chloride) 사업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석유화학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원료가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에 보편적으로 투입되는 원료인 원유는 2014년 하반기 예고 없이 저유가 상황이 전개되면서 정유산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계의 투자 위축을 불러왔다.
석유화학기업은 공장 신규건설에 최소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상업가동 시점의 원료가격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다른 원료가격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석유화학 기초원료와 대체재 관계인 셰일가스(Shale Gas)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생산량 확대에 한계를 나타낸다.
석탄 역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이유로 석탄 기반 석유화학설비의 신증설을 제한하고 있다.
황규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료가격 차이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는 시기가 이어지며 당분간 M&A가 활기를 띨 것”이라며 “석유화학제품 공급이 제한적으로 증가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수시장에서 사업경쟁력을 검증받은 석유화학기업들이 질적 도약의 기회를 잡기 위해 해외 M&A에 적극 뛰어들며 각종 합종연횡의 중심축이 지역 중심에서 국가 단위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지역별 메이저 화학기업이 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기업도 해외사업 경험을 토대로 최근 인수에 적극 나서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