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에틸렌만 유일하게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에틸렌은 전체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FOB가 CFR을 상회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운송코스트와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CFR를 상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현상으로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다.
에틸렌 시세는 3월23일 FOB Korea가 톤당 1400달러로 20달러 상승한 반면 CFR SE Asia는 1285달러로 5달러, CFR NE Asia도 1385달러로 5달러 오르는데 그쳤다.
CFR NEA와 CFR SEA의 스프레드는 톤당 100달러를 유지해 평소와 비슷했으나 CFR NEA와 FOB Korea의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15달러로 역전됐다. CFR NEA와 FOB Korea의 스프레드는 평소 플러스 30-40달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FOB Korea가 톤당 50달러 정도 추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왜 그러할까? 무엇 때문에 역전현상이 벌어졌을까?
일본의 스팀 크래커 2기가 3-4월 정기보수를 실시한다는 사실과 중국을 중심으로 에틸렌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 외에는 별다른 요인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 전반이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에틸렌만 유독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더군다나 FOB Korea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공급조절을 통해 초강세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본이 정기보수에 따라 현물 구매를 확대할 수 있지만 일본인이나 일본기업의 특성상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정기보수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에틸렌을 상업적으로 공급하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공급을 조절했던가, 아니면 무역상들이 한국산 현물을 통째 선구매한 후 장난을 치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일본 수출을 이유로 공급을 줄이면서 수급타이트를 유발했고 무역상들이 장 막판 소량 거래 또는 자전거래를 통해 상승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에틸렌은 2018년 정기보수가 많다고 하나 다운스트림인 PE 정기보수가 더 많다는 점에서 수급타이트가 불가피하다는 예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고, 중국 경기가 예상과 다르게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에틸렌의 초강세 현상은 시장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과 무역상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조작에 나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왜 에틸렌 초강세를 선도하는 것일까? PE를 비롯해 SM, MEG 등 다운스트림이 불황의 그림자에 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화학기업 대부분이 에틸렌에서 PE, MEG, SM까지 수직계열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틸렌의 초과이익을 통해 다운스트림의 적자를 메꾸고도 남음이 있기 때문으로, 다운스트림의 추가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한 이후 줄곧 에틸렌이 초강세를 형성한 이유이고, 에틸렌을 확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연유이다.
롯데케미칼, 여천NCC를 합작한 한화케미칼과 대림산업이 재미를 가장 많이 보았고 LG화학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