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S(Expandable Polystyrene) 등 유기단열재는 각종 대형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무기단열재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티로폼으로 알려진 EPS 등 유기단열재는 석유 부산물로 생산해 불에 매우 잘 타고 화재 시 대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건축물은 제조기술이 간단할 뿐만 아니라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60-70% 가량이 EPS, 우레탄(Urethane) 등 유기단열재를 채용하고 있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도 천장에서 시작된 불씨가 EPS 단열재 등으로 옮겨붙으며 거대한 불똥을 형성해 큰 불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에서도 1층 응급실 옆 탕비실 천장에서 시작된 불이 단열재로 사용된 EPS 단열재를 태우며 유독가스가 확산돼 인명피해가 커졌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4월4일 LCD(Liquid Crystal Display) 단지 폐수처리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으며 불길이 대형수조 안에 있던 EPS에 옮겨붙으며 확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 현장에는 가로 12m, 세로 12m, 높이 7m의 대형수조가 총 27개 있었으며 각각 가로 180cm, 세로 90cm, 높이 40cm 크기의 스티로폼이 300여개씩 들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에 잘 타는 소재인 만큼 소방장비 30대와 인력 120명이 동원된 진화 작업에만 5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화 후에도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가 잦아들지 않아 근로자는 물론 인근 주민 및 상인들까지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잇따른 대형화재 사고에서 EPS로 대표되는 유기단열재가 불길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무기단열재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무기단열재는 유리, 모래, 암석 등 무기원료로 만들어져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로 글래스울(Glass Wool)이나 미네랄울(Mineral Woo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KCC와 벽산 등이 생산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은 무기단열재를 주로 사용하며 지진이 많아 화재 안전성이 중요한 일본에서도 글래스울, 미네랄울 사용비중이 60-70%에 달하고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무기단열재로 전환하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타지 않는 재질의 단열재를 사용하면 화재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건자재 관련기업들은 무기단열재와 유기단열재의 가격 차이가 커 정책적 지원 없이는 신속한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자재 관계자는 “무기단열재가 유기단열재보다 보통 1.5-2배 정도 비싸다”면서 “국내에서도 무기단열재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속도가 많이 더딘 편”이라고 강조했다. <강윤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