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너도나도 에틸렌 신증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유기업들까지 올레핀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석유화학 및 정유기업들이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한다면 2022년경에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이 1300만톤을 넘어설 것이라고 하니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에틸렌의 핵심 유도제품인 PE는 국내수요가 생산능력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결국 에틸렌 생산량의 70%를 수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에틸렌 신증설 열풍에 휩싸여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대단한 착각에 빠져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셰일혁명이 우려한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나프타의 경쟁력이 생각한 만큼 그리 뒤처지지 않는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20달러에서 30-40달러로 폭락한 후 50-60달러를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프타 현물시세가 톤당 400-500달러 수준에 머무른 반면 에틸렌 시세는 톤당 1300-1500달러에서 1200-1400달러로 별로 떨어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양호한 것이 착각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되고 있다.
PE는 톤당 1100-1300달러에 불과해 중합코스트를 고려하면 적자가 200-400달러에 달하고 있지만 나프타와의 스프레드는 700-800달러로 중합코스트 500달러를 고려해도 마진이 200-3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관련기업들은 아마도 3-4년간 계속된 수익성 호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에틸렌 신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글로벌 화학 컨설팅기업들이 셰일의 경쟁력이 그리 강하지 않다고 부추긴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석유화학 흐름을 고려할 때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셰일혁명의 근원인 에탄의 코스트 경쟁력이 여전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향해 줄달음침으로써 나프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제유가가 100달러 안팎으로 초강세로 돌아서면 나프타는 900달러 수준으로 올라가나 에탄은 수급에 큰 변동이 없어 100만BTU당 3-4달러에서 많이 올라도 7-8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컨설팅기업들이 13-14달러로 폭등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근거가 희박한 가설일 뿐이다. 특히, 에탄이 7-8달러를 형성해도 원료코스트가 나프타의 30-40%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에틸렌은 1300-1400달러에 최근 120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고 국제유가가 폭등지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3-4년간은 중동의 투자 확대를 예상해 신증설이 억제된 가운데 중국수요가 예상 밖으로 호조를 보여 초강세를 유지했으나 미국이 에틸렌 1000만톤을 확대하고 PE 600만-700만톤을 증설하면서 아시아 공세를 강화하자 곧바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2019년부터 미국산 PE가 동아시아 시장에 대량 유입돼 아시아 PE 플랜트들이 가동률을 70-80%로 떨어뜨린다면 에틸렌 시세는 1000달러를 하회할 가능성이 짙고 PE까지 1000-1100달러에 그친다면 어떠하겠는가?
나프타와의 스프레드가 제로에 가까워진다는 것으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날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정유기업들이 국제유가, 나프타, 에탄의 상관관계, 에틸렌 및 PE 시세 흐름, 그리고 미국-중국 무역전쟁까지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