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기업을 흔히 소분기업 또는 물장사로 부를 때가 있었다.
글로벌 제약 메이저로부터 원제를 수입해 완제의약품을 찍어내거나 드링크류가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비꼬아 불렀던 것으로, 최근에는 신약 개발을 적극 시도함으로써 소분 또는 물장사의 이미지를 많이 벗었지만 아직도 소분장사의 멍에를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요 복제약품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복제약품이 39개, 씨알리스는 55개로 나타났다. 항생물질제재인 시클러캡슐은 복제약품이 무려 121개로 나타났고 칸디다증 치료제인 디푸루칸캡슐 120개, 동맥경화 치료제인 플라빅스정 115개, 당뇨병 치료제인 아마릴정 115개, 소염진통제인 에어탈정 115개에 달했다.
발암 가능물질이 검출돼 국민불안을 야기했던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도 복제약품이 69개로 복제하는 제약기업이 너무 많아 국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복제약품은 효능이 원제약품과 차이가 없는 반면 경제성이 뛰어나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발사르탄 소동에서 경험하였듯이 안전성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전성이 확인된 원제는 공급가격이 높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약 대기업조차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복제약품은 저가 원료를 사용한 나머지 대량 판매를 통한 이윤 창출의 창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음성적 리베이트가 성행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제약기업들은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가 만료됐거나 특허가 만료되기 이전이라도 물질특허를 개량하거나 제형을 바꾸는 방식으로 복제약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효능·효과는 물론 안전성까지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혀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다. 죽지 못해 먹는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 개발과정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투자비용, 개발시간을 대폭 줄이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아직도 안전성까지 믿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국내 제약산업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국내 제약기업들은 몇몇이 매출 1조원을 다투고 있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기초 중의 기초인 화학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화학을 전혀 모르고 어떻게 신약 원제를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화학기업들이 제약사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이유이다.
AI를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면 신약 개발과정의 실패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하니 겁을 먹을 필요성도 없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신약 개발에 드는 투자비용과 개발시간을 10%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LG화학이 LG생명과학 및 팜한농을 통합해 제약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SK그룹도 제약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그룹은 화학 베이스가 취약한데도 불구하고 바이오의약 사업을 적극화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이 갈수록 길어져 의약 시장은 해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까지 들리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