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CPC(Chinese Petroleum)가 인도네시아에서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신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롯데케미칼과의 대결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와 합작을 통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최근 양해각서(MOU) 체결을 마무리했다.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00만톤 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중심으로 각종 유도제품 플랜트로 구성된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CPC가 가동을 중단한 타이완 카오슝(Kaohsiung) 소재 NCC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새로운 컴플렉스를 건설하는 것이 코스트 면에서 경제적이라고 판단해 방향성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투자액은 64억9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페르타미나가 이미 건설부지로 여러 후보를 제시한 상태이며 현재 컨설턴트를 기용해 사업타당성 조사(FS)를 실시하고 있다.
투자비율은 CPC 45%, 페르타미나 45%이고, 나머지 10%는 유도제품 사업 참여기업에게 할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도제품 사업은 CPC가 이미 타이완 및 해외 화학기업 유치를 위한 전담팀을 조직해둔 상태여서 프로젝트 전체 계획을 구체화한다면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케미칼도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NCC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되며 모든 계획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이했으나 2018년 10월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러남에 따라 2019년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남아 석유화학 자회사인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을 통해 인도네시아 Banten의 Cilegon에 약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2017년 여름 롯데티탄을 말레이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총 38억링깃(약 9889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 100만톤의 NCC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에틸렌 외의 생산품목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프로젝트 수립 당시의 계획에 따르면, PE(Poly-ethylene) 65만톤, PP(Polypropylene) 60만톤, 부타디엔(Butadiene) 14만톤, MEG(Monoethylene Glycol) 70만톤 플랜트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개발사업 가운데 가장 대규모이나 부지 및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장기간 지연됐다.
다만, 2012-2017년 프로젝트 추진을 가로막은 부지 문제는 2017년 인도네시아 국영 제철기업 Krakatau의 제철공장 인근 50ha를 매입하며 해결했다.
2018년에는 신동빈 회장의 구속으로 프로젝트 추진이 중단됐으나 11월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석유화학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CPC-페르타미나 합작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타이완, 인도네시아 양국이 누릴 수혜가 상당한 것으로 예측된다.
타이완은 환경규제 강화로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가 어려운 상태이며 인도네시아에 컴플렉스를 건설한다면 CPC는 석유화학 원료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다른 타이완 화학기업들의 동남아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화학제품 및 합성수지 수입의존도가 상당해 해당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매년 24억달러 상당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2018년부터 64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추진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CPC가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추진하면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고 투자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과거 여러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포기한 사례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와 동시에 인디아에서도 2곳에서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재정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인디아 프로젝트는 타이완계 유도제품 생산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페르타미나 대표이사 교체로 아람코(Saudi Aramco) 등과 추진한 석유정제·석유화학 프로젝트 RAPID가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저해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