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년 10월8일 인천 송도에서 진행한 제48차 총회에서 승인한 것으로, 19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특별보고서는 지구온도가 공업화 이전에 비해 1.5℃ 상승했을 때 미칠 영향 등을 포함하고 있어 각국의 정책 결정에 과학적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기후협약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온도 상승을 2℃ 미만으로 제한해 1.5℃에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별보고서는 인간활동의 영향으로 약 1℃ 상승했으며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됨으로써 이르면 2030년 1.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온도 상승폭이 2℃에 달하면 1.5℃로 제한했을 때에 비해 인간이 거주하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극단적인 고온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일부에서는 폭우, 가뭄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건강, 생계, 식량안보, 물, 인간안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겠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 이산화탄소(CO2) 배출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있으며 특별보고서는 감축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CO2 배출량을 52-58G톤(Giga Ton)으로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할 수 없어 2030년 이전에 세계 전체의 CO2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CO2 배출량을 2010년에 비해 약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에너지, 토지, 도시, 인프라, 산업시스템 등 모든 영역에서 CO2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는 등 광범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에 포함된 다양한 대응책은 상승효과와 동시에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함에 따라 변화속도·규모, 대응책 포트폴리오, 이행과정 관리방법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이 좌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5년부터 제6대 IPCC 수장을 맡고 있는 이회성 의장은 10월7일 브리핑에서 “과학자들이 만든 초안을 각국 정부 대표가 한문장씩 검토해 합의에 이르렀다”며 “1.5℃ 목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 지구적으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6-2015년 평균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약 0.87℃ 올랐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는 1.5℃ 목표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IPCC에 특별보고서 작성을 요청했고, IPCC는 2018년 총회 개회 이전에 특별보고서를 작성했다.
특별보고서 요약본은 4장, 33쪽으로 구성돼 있다.
A장은 지구온난화 현황과 영향, 위험, 전망,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 등을 담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등 최근의 인위적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추세는 10년당 0.2℃로 지구온난화 추세가 유지되면 2030-2052년 사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판마오 자이 IPCC 워킹그룹(WG)1 의장은 “그동안 인간 때문에 이미 1℃가 오른 상태에서 앞으로 인간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 2100년에는 (산업화 이전보다) 4-6℃ 올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일시적으로라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오르면 지구온난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1.5℃ 수준에서 안정화할 때보다 인류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B장은 1.5℃ 온난화가 생태계와 인류의 건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담았다. 특히, 2100년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할 때와 2.0℃ 상승할 때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1.5℃로 목표를 설정할 필요성을 기술했다.
특별보고서 요약본은 1.5℃와 2℃의 차이가 확연하다(Robust)고 표현했다.
지구온도가 1.5℃ 오르면 2.0℃ 오를 때보다 해수면 상승이 10㎝ 낮아져 약 1000만명의 인간이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서 벗어나나 2℃ 상승하면 육지의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확률이 1.5℃ 상승 시의 2배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판마오 자이 의장은 “전 지구적으로 산악지대에 영구 동토층이 많고 밑에 많은 온실가스가 매장돼 있다”며 “2℃ 오르면 영구 동토층이 녹아 온실가스가 대기에 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2℃ 온난화에서는 10년에 1번 빈도로 여름에 북극 얼음이 완전히 녹을 수 있지만, 1.5℃ 온난화에서는 100년에 1번 빈도로 완전히 녹을 것으로 분석했다.
2℃ 상승이 현실화하면 세계적으로 산호의 99% 이상이 소멸하지만, 1.5℃ 상승은 70-90% 소멸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별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빈곤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기술했다.
C장은 1.5℃ 온난화를 위한 에너지 공급, 산업, 건물, 수송 등 여러 분야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구온난화를 1.5℃ 이하로 묶어두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산화탄소의 인위적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2100년까지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산화탄소는 1000억-1조톤으로, 1.5℃를 달성하기 위한 코스트가 2℃에 비해 3-4배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2015-2050년 에너지부문 투자 증가분은 연간 9000억달러로, 저탄소 기술과 에너지 효율 투자가 5배 증가하지만 화석연료 생산·전환 투자는 6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D장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퇴치 노력 강화방법을 담고 있다.
1.5℃ 온난화를 이루기 위한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2016-2035년 총 투자는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짐 스키 IPCC 워킹그룹(WG)3 의장은 “1.5℃ 온난화 목표 달성이 긍정적이나 제도적 측면 마련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데브라 로버츠 워킹그룹(WG)2 의장은 “지구온난화 억제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로 인간이 입는 피해가 줄어들어 경제성장 등 편익이 뒤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보고서는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