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의약을 비롯한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해외기업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고, 대규모 선행투자가 크게 부족해 신약 개발부터 상업생산에 이르기까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곳이 2-3곳밖에 없다.
특히,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하지 못함으로써 바이오의약 위탁생산(CMO), 소재·장치 생산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력 및 기술도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화학이나 바이오 플래스틱도 마찬가지이다. 흉내를 내고 있을 뿐 자체 개발이 전무하고, 시장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상업생산을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기업을 인수해 바이오화학·의약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 일본이 현실을 직시하고 반성한다는 뜻에서 던진 참회록이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이오산업이 발전했고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조차도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에 비해 바이오 투자가 크게 뒤처졌다는 반성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마당에 국내 화학기업이나 제약기업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약기업들은 그런대로 메이저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일부는 성과가 나타나 제너릭이나 신약 성분·제재 제조기술을 수출함으로써 일정부분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8년에도 유한양행을 중심으로 신약 기술 수출이 상당했고 삼성바이로직스는 의약품 위탁생산능력을 30만리터 수준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화학 부문에서는 이렇다 내세울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바이오 플래스틱을 개발하고 있다고 큰 소리로 외친지 20년이 넘었지만 인정할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바이오 화학제품은 아예 개발 자체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화학 사이클을 타고 매출이 20조원이니 30조원이니 큰소리치고 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이나 5조원이니 경쟁한다는 요란법석은 많았으나 정작 바이오 기술을 개발해 20년, 30년 뒤를 대비하고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석유 베이스 화학산업이 20-30년 후 사라지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무한하지도 않다는 것이 대세로 굳어가는 판국에 국내 화학기업들은 왜 바이오 기술 개발을 적극화하지 않는 것일까?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실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인지 시시비비를 가릴 국면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적으로도 TOP 클래스에 들 정도이고 연구소마다 석·박사가 수두룩한데 기껏해야 응용제품 개발에 그치고 있고 세계적 기술이라고 인정받을만한 오리지널 기술이나 프로세스를 개발했다는 뉴스는 감감무소식이다.
3-4년 전 서울대 바이오 관련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왜 노벨화학상을 받지 못하는지 안타깝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을 때 대부분이 동의하는 분위기였고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 분위기를 압도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고도 모자랄 판에 골프치고 여행 다닐 생각이 골빈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