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프(BASF)가 화학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사업부를 대폭 개편하는 가운데 아시아 시장에서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바스프는 유럽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태평양이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 사업의 EBIT(이자·세전 이익)가 22억900만유로로 전년대비 101% 급증했으며 2018년에도 호조를 지속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바스프는 장기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
효율화·디지털화로 화학사업 체질 개선
바스프는 화학사업의 효율화와 디지털화에 초점을 맞춰 고강도 체질개선 작업에 나선다.
바스프는 독일 루드빅스하펜(Ludwigshafen)에서 △6개 사업부문으로 조직개편 △중국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 강화 △페어분트(Verbund: 통합 생산 최적화 시스템) 혁신 및 디지털 인프라 확장 △지속가능한 친환경제품군 확대 등으로 구성된 중장기 성장전략을 2018년 11월20일 발표했다.
사업조직 개편은 2019년 1월1일부로 시행한다.
화학사업을 △화학사업(석유화학제품 및 중간체) △소재사업(퍼포먼스 소재 및 모노머) △산업솔루션(안료 및 퍼포먼스 케미칼) △표면처리기술(촉매 및 코팅) △영양·케어(케어케미칼 및 건강) △농업솔루션 등 6개 부문으로 재편한다.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성장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연구개발(R&D) 및 거버넌스 부서는 주요 인력을 개별 사업부에 투입해 고객 밀착형 업무조직으로 개편한다.
마틴 브루더뮐러 바스프 회장은 “사업부문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신뢰성을 높이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유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인수합병(M&A)을 진행함과 동시에 적합하지 않는 사업은 제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어분트 시스템을 혁신함으로써 매출과 판매량 증가를 도모하는 가운데 수익성도 향상시킬 계획이다.
특히, 핵심 성장시장인 중국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 광둥(Guangdong)에 신규 페어분트 공장을 건설하고 난징(Nanjing) 공장은 증설할 방침이다.
아울러 영업이익을 확대하고 주주 배당을 늘리기 위해 2019- 2021년 적용될 새로운 프로그램에 착수했고 디지털화, 자동화, 생산·물류·R&D 혁신을 통해 2021년 말부터 20억유로(약 2조5000억원) 상당의 매출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경영도 가속화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과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중국 광둥 페어분트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친환경 지속가능 성장제품 사업에서는 2025년 220억유로(약 28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22년까지 세계적으로 산재해 있는 350개 공장의 첨단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4억유로(약 5100억원)를 투입해 프로세스의 우수성을 널리 날릴 계획이다.
중국, 대규모 페어분트 컴플렉스 신설
바스프는 약 100억달러를 투입해 중국 광둥에 독자적인 통합생산시설 페어분트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2018년 7월 발표한 바 있다.
페어분트는 바스프의 경영·사업방침의 근간으로 중국에서는 난징 컴플렉스에 이어 2번째 컴플렉스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시장을 중시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둥은 중국에서도 경제성장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생산대수가 연평균 18% 급증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전자산업도 연평균 11% 성장하는 등 수요산업이 모두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로 사용되는 화학제품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현지 생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스프는 현지 제조업 및 일반소비자의 수요가 많은 스페셜티제품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바스프는 중국 매출이 증가세를 계속해 2017년 73억유로에 달했다.
사이노펙(Sinopec)과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는 난징 페어분트는 2008년 이후 매출이 약 1.6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4배로 늘어났다.
해외기업들은 대부분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수출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했으나 바스프는 내수시장 공략을 목표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중국 경제정책이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전환되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
광둥 페어분트에서도 공업 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분야에서 증가하고 있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틸렌(Ethylene) 크래커를 중심으로 SAP(Super-Absorbent Polymer), 계면활성제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신규 프로젝트는 바스프의 단독투자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난징에서는 사이노펙과 50대50 합작으로 투자를 진행했으며 말레이 쿠안탄(Kuantan)에서도 페트로나스(Petronas)와 합작하는 등 국영 석유기업과 합작으로 페어분트 컴플렉스를 구축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광둥에서는 파트너 없이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사업체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에틸렌 생산능력 80만톤 이상인 크래커에 대해서는 해외기업 단독투자에 따른 사업화를 금지하던 규제를 폐지했으며 이후 해외기업이 단독으로 에틸렌 크래커를 건설하는 것은 바스프가 처음이다.
신규 프로젝트는 스페셜티제품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바스프가 파트너 없이 단독으로 진행함으로써 기술 보호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투자판단, 사업운영 면에서 유연성을 향상시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디아, 기초연구 중심으로 R&D 강화
바스프는 2017년 독일 루드빅스하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중국 상하이(Shanghai)에 이어 인디아 뭄바이(Mumbai)에 기술개발 핵심거점인 이노베이션 캠퍼스(Innovation Campus)를 개설했다.
용도개발 실험, 기술 서비스에서 나아가 기초연구까지 수행하는 연구개발(R&D) 센터로 인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퍼스널·홈케어, 프로세스 개발, 유기합성, 농약, 자동차, 식품·영양 등 스페셜티 분야에 대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인디아에서는 생산 관련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구자라트(Gujarat)의 다헤(Dahej)에 폴리우레탄(Polyurethane), 계면활성제, 폴리머 분산제 등을 생산하는 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했으며 폴리우레탄 원료인 MDI(Methylene di-para-Phenylene Isocyanate) 스플리터도 도입했다.
자동차 분야에도 적극 투자해 2017년 첸나이(Chennai) 소재 배기가스용 촉매 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한데 이어 다헤의 발포우레탄 엘라스토머(Elastomer) 공장도 증설했다.
다헤는 다양한 화학공장이 집적해 인프라 설비를 공유함으로써 운영을 효율화하고 있으나 페어분트와 같이 원료와의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인디아 화학제품 시장이 중국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성장을 계속하면 페어분트 건설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세안, 페트로나스와 제휴 강화
아세안(ASEAN)에서는 유일하게 말레이지아 쿠안탄에 페어분트를 구축하고 있으며 스페셜티제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2017-2018년에는 2-EH(Ethylhexanol), HR-PIB(Highly Reactive Polyisobutene), 시트랄(Citral), L-멘톨(Menthol) 등 항료원료 공장을 신규 건설했으며 앞으로 아크릴산(Acrylic Acid), 초산부틸(Butyl Acrylate), 아크릴 분산제 생산능력을 증설할 계획이다.
쿠안탄 페어분트는 합작기업인 페트로나스로부터 경쟁력 있는 원료를 공급받아 C3, C4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강점이 있다.
중국 난징 페어분트는 내수에만 대응하고 있으나 쿠안탄은 아세안 전역을 커버하고 있다.
특히, 확대되는 수요산업에 대한 현지 공급을 강화하고 있으며 자동차 관련, 식품용으로 사업화한 HE-PIB, 향료원료 등은 바스프가 아세안에서 최초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바스프는 페트로나스와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쿠안탄 페어분트는 바스프와 페트로나스가 60대40 비율로 투자하고 있어 생산품목 및 투자계획에서 바스프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스프는 항상 페트로나스와의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바스프는 페트로나스가 추진하고 있는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 프로젝트 RAPID에서 INA(Isononyl Alcohol) 등 스페셜티제품을 사업화할 계획이었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취소했다. INA 프로젝트는 광둥으로 장소를 옮겨 사이노펙과 합작으로 2015년 신규 공장을 건설했다.
INA는 주요 용도인 DINP(Diisononyl Phthalate) 수요가 신장함에 따라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바스프는 10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RAPID 완공을 기다리는 사이 기회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해 중국에서 조기 사업화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RAPID의 INA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페트로나스에 제조기술을 공급함으로써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R&D, 일본·중국서 배터리·자동차 주력
바스프는 2015년 창립 150주년을 맞아 공동창조(Co-Creation) 이노베이션 전략을 시작했다.
기초연구부터 개발, 고객지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R&D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의 배터리 소재 연구시설인 아마가사키(Amagasaki) 연구개발센터 배터리소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플래스틱 시장 창출을 목표로 Design Fabrik Tokyo를 개설해 관련기업 및 디자이너 등을 포함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공동창조를 구현하고 있다.
최신 디지털기술과 고기능성 플래스틱, 폴리우레탄을 비롯한 다양한 소재를 융합해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승화하기 위한 창조센터도 개설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도 활동 폭을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에는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해외기업과의 거래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현지기업과의 비즈니스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와도 관련이 있는 첨단소재의 글로벌 R&D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상하이에 2018년 말까지 자동차에 특화한 애플리케이션센터를 새롭게 개설해 수요기업과 가까운 곳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체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2018년 4월에는 현지기업 등과 공동으로 4개의 공동창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바스프의 첨단소재·기술을 활용해 산업용 협동로봇, 컨셉트 오토바이, 실내복, 육상트랙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