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유례없는 주목을 받고 있다.
잇따른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정전에 대비해 건전지를 비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스마트폰 발화 등 배터리에 기인한 문제가 다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도 배터리가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어 관련기업들이 성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는 에너지 인프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앞으로 사회 전체의 발전까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xEV 보급으로 대규모 투자 가속화
최근에는 알칼리건전지, 니켈수소전지, 납축전지 등 다양한 배터리 가운데 LiB(리튬이온전지)가 가장 각광받고 있다.
LiB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형기기에 탑재되고 있으며 앞으로 자동차용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생산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환경정책에 따라 LiB를 채용한 전기자동차(EV) 투입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Volkswagen)이 2030년까지 300개 모델을 모두 전동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2025년까지 EV 약 50종을 포함해 xEV를 총 80종 이상 투입할 계획이다.
BMW는 2025년까지 EV 12종을 포함한 총 25종을 투입해 xEV 판매비율을 15-25%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Toyota Motor)가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자동차(HV)를 중심으로 모든 차종에서 전동모델을 출시해 2030년 EV 및 연료전지 자동차(FCV)를 100만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PHV) 및 HV를 450만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혼다(Honda Motor)는 2030년 글로벌 판매량의 60-70%를 xEV로 전환할 방침이다.
영국 가전제품 생산기업 다이슨(Dyson)도 EV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다이슨은 EV 개발 관련 종사자가 400명을 넘어섰으며 2020년 판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SK·CATL·파나소닉 증설 경쟁
LiB 생산기업들도 자동차 전장화에 대응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주로 폭스바겐, BMW에 LiB를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30GWh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10GWh, 2025년 55GWh로 대폭 증설할 계획이다.
중국 CATL도 2020년까지 50GWh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Tesla)에게 원통형 LiB를 공급하고 있는 파나소닉(Panasonic)은 각형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에 이어 2018년 봄 중국 다롄(Dalian)에서 자동차용 LiB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도요타와는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요타가 2030년 xEV 판매목표인 550만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 100GWh급 LiB 생산능력이 필수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파나소닉은 앞으로 LiB 제조와 관련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기능 니켈·실리콘 소재 개발 박차…
LiB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는 항속거리 확보가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400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는 EV가 등장했으나 아직 휘발유(Gasoline) 자동차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iB 생산기업은 물론 소재를 공급하는 화학기업들도 대용량화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
양극재는 앞으로 삼차원계가 EV용 주력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켈, 코발트, 망간으로 구성되는 양극재는 니켈 비율을 높여 용량을 늘리는 하이(High) 니켈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어 2020년대 이후 니켈 비율을 80%로 끌어올린 양극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음극재는 실리콘(Silicone) 함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카본(Carbon)에 비해 이론적으로 용량이 10배 가량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실리콘계 음극재는 충전할 때 부피 변화가 심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함으로써 열화하는 문제가 있어 활물질을 활착시키는 바인더 개선 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LiB는 대용량화가 진행됨에 따라 안전성 담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배터리 내부에서는 양극과 음극을 절연해 단락에 따른 이상발열을 방지하는 분리막이 안전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용 분리막은 세라믹 등을 도포한 내열 그레이드가 표준모델로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천공강도 강화 등으로 고차원 안전성을 확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LiB는 이론적으로 성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차세도 LiB로 전고체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함에 따라 발화 위험성이 없어 안전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를 중심으로 자동차, 축전지, 소재 생산기업 및 연구기관이 참여해 전고체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용량이 800Wh/L인 셀을 개발할 방침이다.
EV를 가상발전소로 활용할 수 있을까?
대용량 LiB를 탑재한 EV는 가솔린자동차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달리는 배터리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광발전으로 발전한 전력을 EV에 저장함으로써 EV를 중심으로 독립전원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발전소(VPP) 기술과 융합해 더욱 유연한 에너지 공급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VPP는 태양광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축전지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 관리하는 가상의 발전소로 EV를 축전지로 간주한 실증시험이 진행되는 등 실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
EV용 LiB는 빈번한 충전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열화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EV가 에너지 인프라로 활용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AKC, 분리막 일관생산으로 경쟁력 강화
Asahi Kasei Chemicals(AKC)은 LiB 및 납축전지용 분리막을 공급하고 있으며 높은 안전성을 발휘하는 생산기술과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따른 안정·대량공급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AKC는 LiB용 분리막을 일본 모리야마(Moriyama)와 휴가(Hyuga) 공장, 셀가드코리아를 통해서는 습식 타입 Hipore, 자회사 폴리포어(Polypore)는 건식 타입 Celgard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폴리포어를 인수하면서 사업화한 납축전지용 분리막은 Daramic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으며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 글로벌한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AKC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LiB용 습식·건식, 납축전지용 분리막을 포괄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최대 메이저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인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LiB용 분리막은 2018-2020년 모리야마 공장을 2억9000만평방미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공장을 1억5000만평방미터로 증설해 총 생산능력을 11억평방미터로 확대하는데 이어 유럽에서 탈 디젤(Diesel)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세계적으로 EV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추가 투자를 검토할 방침이다.
납축전지용도 ISG(Idle Stop & Go) 자동차용으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KC는 원료 PE(Polyethylene)부터 박막증착, 코팅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LiB 대용량화에 대응한 안전성 향상, 납축전지 충전시간 단축 등 다양한 기술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스미토모, 내열성 분리막 생산능력 확대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글로벌 EV 시장 확대를 타고 수요가 신장하고 있는 LiB 소재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분리막은 특수제품을 생산해 승용차용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극재 시장에도 본격 진출하기 위해 차세대제품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Previo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는 LiB 분리막은 폴리올레핀(Polyolefin) 베이스에 아라미드수지를 코팅함으로써 세라믹 계열에 비해 내열성이 뛰어나고 무게가 가벼운 이점이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기존 수요기업에 대한 안정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높은 성능을 적절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신규 수요처 개척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오에(Oe)를 중심으로 자회사 SSLM을 통해 대구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대구공장의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약 4배 확대해 일본과 한국에 총 4억평방미터 생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앞으로도 수요 증가에 따라 풀가동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는 2016년 전구체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다나카케미칼(Tanaka Chemical)을 자회사로 편입해 대용량·장수명 LiB를 실현하는 하이니켈계 차세대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분리막, 전해액이 불필요한 전고체전지도 앞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술 및 소재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독자적인 핵심기술을 활용한 R&D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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