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중국제조 2025 전략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위협을 느끼고 무역전쟁을 벌이는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어서 국내기업들도 적극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도 전통적 강점인 기술개발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화학 및 의약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 및 반도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화학기업들은 기술개발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반면, 제약기업들은 바이오 및 제네릭에 대한 기대로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있다.
일본, 화학산업 R&D투자 “꾸준”
일본은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은 2017년 과학기술 연구비가 총 19조504억엔으로 전년대비 3.4% 늘어 3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됨과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8%로 0.05%포인트 상승했다.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3.6% 증가했으며 대학, 비영리단체 및 공공기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 비중은 자동차를 비롯한 수송용 기계·기구가 제조업 전체의 22.2%로 가장 높았고 의약품이 10.6%로 뒤를 이었으며 화학공업은 6.2%로 6위를 차지했다.
연구비는 제조업이 13조7989억엔으로 3.6%, 대학이 3조6418억엔으로 1.0%, 비영리단체 및 공공기관이 1조6097억엔으로 6.6% 증가했다.
화학공업은 8525억엔으로 0.4% 늘어난 가운데 종합화학이 4788억엔으로 5.9% 증가한 반면 유지·페인트는 1405억엔으로 3.3%, 기타는 2333억엔으로 7.4% 감소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의약품이 11.10%로 1.06%포인트 상승해 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화학공업은 3.95%로 0.3%포인트 하락했다.
1인당 연구비는 2197만엔으로 1.6% 늘어 2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됐으나 화학공업은 2361만엔으로 5.9% 감소했다.
연구자는 86만7000명으로 1.6% 늘어 2년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여성 연구자도 15만500명으로 4.5% 늘어났다. 화학공업은 3만6100명으로 6.6% 증가했다.
기술무역은 수출이 3조8844억엔으로 8.7% 늘어 2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가운데 해외 모자회사가 75.3%를, 수입은 6298억엔으로 39.1% 증가한 가운데 모자회사가 38.6%를 차지했다.
기술무역수지는 3조2546억엔으로 4.3% 늘어 2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중국, 2017년 12% 증가에 통신·전자 주도
중국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며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및 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R&D 투자가 1조7600억위안(약 287조7000억원)으로 12.3% 늘어나 1.7%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3%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기초연구개발 투자 역시 18.5% 증가했으며 1인당 투자액은 43만6000위안(약 7127만원)으로 3만2000위안 가량 늘어났다.
중국은 R&D 투자가 2013년 미국의 40%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60%까지 확대됐다. 2016년 R&D 투자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R&D투자 총액의 1.5배에 달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다.
2013-2016년 투자증가율은 11.1%로 미국 2.7%, EU(유럽연합) 2.3%, 일본 0.6%를 크게 상회했다.
기초연구 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975억5000만위안으로 18.5% 증가하며 3.6%포인트 상승했다. R&D 투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5%에 달했다.
중국은 기초연구개발 투자가 2014년부터 회복되고 있으며 2017년에는 2005년 이후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에는 컴퓨터, 통신, 전자설비 제조업에 대한 R&D 투자액이 2000억위안을 넘어서며 가장 많았다.
R&D 투자가 500억위안을 넘어선 산업이 8개에 달했고 해당산업군에 투입된 투자액이 총 7828억위안으로 10.7% 늘어났다. 하이테크, 설비 제조업의 R&D 투자가 주도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 위해 질주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주력하면서 R&D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의 연구개발에 위협을 느끼고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8 산업 R&D투자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2017회계연도 R&D 투자액 상위 10개국 순위는 대체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중국기업들의 상승 폭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두드러졌다.
R&D투자 상위 글로벌 1000대 대기업 중 중국기업 수는 전년대비 20개 늘어나 120개에 달했다.
특히, 미국-중국 무역분쟁의 틈바구니 한가운데에 서있는 중국 통신장비 생산기업 화웨이(Huawei)는 2017년 113억유로(약 14조4000억원)를 R&D에 투자해 세계 5위에 올랐다.
중국의 3대 인터넷 서비스기업인 바이두(27.2%), 알리바바(33.4%), 텐센트(33.4%) 등은 2017년 10%대 R&D투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기업들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기술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GDP 중 R&D투자 비중 “세계1위”
2017년 R&D 투자액 기준 세계 1위는 134억유로를 투자한 삼성전자가 차지했으며 국내기업 수는 2016년과 동일한 25개로 총 267억유로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기업이 319개로 가장 많았고, 투자액 역시 2520억유로로 글로벌 1000대 대기업 전체의 37.9%를 차지했다.
산업별로는 의약·생명공학이 전체의 18.9%로 가장 많이 투자했다.
미국, 일본, 중국은 특정 산업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투자한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포함된 전기·전자와 자동차·부품 분야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R&D투자 대비 고용증가율은 한국이 3.72%로 2번째로 높았다. 프랑스가 4.22%로 가장 높았고 한국, 독일, 미국, 일본, 중국 순이었다.
글로벌기업 평균 고용인력은 4만3677명으로 전년대비 1.74% 증가했다. 고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산업 분야는 소프트웨어·컴퓨터서비스로 5.77%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고용이 증가했고, R&D 투자와 고용 모두 증가한 산업은 ICT, 자동차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컴퓨터서비스 분야는 1000대 대기업 수가 10년 전에 비해 약 2배(54개)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로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이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연구개발 투자액이 미국, 중국에 이어 3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에 이어 2위, 연구자 1인당 연구비는 미국, 독일에 이어 3위, 기술무역수지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츠비시, 연구개발 전략 혁신적 개혁
일본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이 세계 최고 수준의 R&D 전문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주목된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연구개발 분야에서 개혁을 거듭해 단기·중기적으로 기존 8개 연구소의 특색을 이끌어내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또 공통기반을 담당하는 요코하마(Yokohama) 연구소를 중심으로 분자설계 및 기능설계로 분류된 12개 기술 플랫폼을 강화해 신기슐·신제품 창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벤처 및 사내펀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기존 시스템이나 아이디어에 얽매이지 않도록 연구 자유도를 향상시킬 방침이다.
또 업무개혁도 실시하며 우수한 연구자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직 제도를 2018년 10월부터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츠비시케미칼은 연구소 7곳과 2019년 4월 흡수합병 후 100% 자회사로 전환된 Nippon Synthetic Chemical의 중앙연구소 등 8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잇다.
단기적으로는 개별 연구소의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주목하고 있으며 핵심기술로 선정한 12개 기술 플랫폼 가운데 디지털·소재과학, 분석물성, 프로세스 기술 등 공통기반은 요코하마 연구소가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다른 연구소들은 그동안 진행해온 유기합성, 무기합성, 고분자, 바이오기술, 촉매 등 분자설계 기술과 배합, 방사·제막, 성형가공, 복합소재 등 기능설계 기술 연계를 촉진함으로써 신제품 및 신기술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국내외 그룹 관계회사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연구자를 집결시키고 네트워킹을 강화할 예정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R&D에 머무르지 않는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창업가 정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벤처, 사내펀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피치화를 실시함으로써 전체적인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외부와의 공동연구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키로 하고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해나갈 계획이다.
R&D 업무 개혁도 진행한다.
연구자가 승격할 때 직위에 좌우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 아래 10월부터 고도 전문직을 도입해 직위와 관계없이 연구에 전념할 방침이다.
또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코하마연구소는 새로운 연구동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소프트 및 하드 양면에서 R&D 투자를 적극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