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화학사고를 근절시키기 위해 유해성 및 위험성이 존재하는 화학단지 및 화학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톈진항 물류단지 폭발사고에 이어 2019년 장쑤성의 톈자이케미칼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화학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이어진 장기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나 고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화학제품의 유해성 및 위험성을 간과함으로써 오늘날 대형 화학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고, 중국 국민들이 화학공장을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3-4년 전에는 다롄항에 태풍이 몰아쳐 P-X 저장탱크가 부서지면서 대량의 P-X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다른 지역에서 P-X 플랜트 건설을 막기 위해 시위에 나서는 등 중국 당국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P-X가 유독성 화학물질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중국인들이 화학사고에 노출돼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으면 그러할까 이해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중국 당국은 화학사고가 연발하자 인구 밀집지역 및 호수 인근의 화학공장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했으나 별 효과가 없자 위험 및 유해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정밀화학 공장을 중심으로 가동을 중단시키고 개선되지 않으면 폐쇄토록 조치하고 있다.
심지어 장쑤성을 비롯해 화학공장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화학공장에 그치지 않고 화학단지 자체를 폐쇄하는 절차에 들어가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자체에서도 화학제품 수급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가 만만치 않으나 장쑤성을 중심으로 지방정부가 아랑곳하지 않고 폐쇄절차를 밟고 있으며, 2-3년 후에는 일부 화학단지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위험성 및 유해성이 상존하는 화학공장과 화학단지를 폐쇄함으로써 중국이 공급하는 정밀화학, 스페셜티 원제 및 중간체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물론 일본, 인디아 등 아시아 화학기업들은 유해성이 높은 화학 중간소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대부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스페셜티 화학제품 부문에서 아시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디아조차도 중국산을 수입해 정제한 후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중국 정부가 화학 공장·단지 폐쇄에 들어간다면 당장 공급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체수단도 뚜렷하지 않아 스페셜티 화학제품 생산에 엄청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밀화학기업을 비롯해 의약·농약, 화장품, 건강기능 헬스케어 생산기업들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중국만 쳐다보고 있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당장에 대책을 세우기도 곤란하겠지만 그렇다고 뻥 뚫어진 하늘만 쳐다본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텐데 왜 중국만 바라보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일본이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를 이유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3개 화학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했는지 충분히 인식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먼 산만 쳐다보는 작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밀화학 원제 및 중간체, 고기능성 무기화학제품도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