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화학소재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장기화됨에 따라 서플라이 체인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관련기업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전자 및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일본산 원료 및 부재 수입의존도 낮추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구조가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하이테크 분야에서 패권 다툼을 계속하고 있고 몇년 전부터 중국에서 동남아로 전자제품 공장이 이전하고 있어 세계시장의 흐름이 변화할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 TOK·JSR이 삼성전자 공급
일본은 2019년 7월4일 한국에 수출하는 불소(Fluorine)계 폴리이미드(Polyimide), 레지스트(Resist),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화학소재 수출은 물론 생산설비 수출, 관련 제조기술 이전 등을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 방식으로 전환했고 8월28일부터 외환법에 따른 수출 관리상 분류에서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을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조치로 실질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일본기업이라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7월 발표한 수출허가 방식 변경 대상에 포함된 EUV(극자외선) 레지스트는 일본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요구대로 커스텀해 공급했기 때문에 다른 수요처를 개척하기 어렵고 불소계 폴리이미드, 불화수소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들에게 주로 납품해왔기 때문이다.
8월7일 TOK, 8월21일 JSR에게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에 대한 개별허가를 내주었으나 양사는 일본 생산제품의 수출은 물론 국내에 설립한 자회사 및 합작기업 공장을 통해 공급을 계속하고 있다.
불화수소, 삼성전자 국산화로 “일본 타격”
불화수소는 스텔라케미파(Stella Chemifa)에게 8월 초 개별 수출허가를 내주었으나 삼성전자는 8월 중순부터 솔브레인, ENF테크놀로지 등 국내기업 생산제품을 테스트한 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반도체 세정 및 엣칭 등에 사용하는 순도 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정부가 한국이 수입한 후 북한 등에 대량살상무기 제조용 소재로 수출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출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고 있다.
스텔라케미파 외에 쇼와덴코(Showa Denko), 모리타케미칼(Morita Chemical)도 허가를 신청했지만 8월 말까지도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 고순도 불화수소 수요가 수만톤 수준에 달하며 대부분을 일본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기업들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나 대부분 순도가 70% 수준의 범용제품에 그치고 있고 90% 이상으로 순도를 높이는데 성공한 한국기업도 있으나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는 아직 독극물 핸들링 기술과 오퍼레이터 육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솔브레인과 ENF테크놀로지 생산제품을 투입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화학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만의 전략이 아니라 제조업은 물론 소비재까지 포함해 한국 산업계 전반에서 일본산 원료·부재·최종제품 등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화수소는 일본 정부의 조치를 계기로 한국은 물론 중국 등이 고순도화에 집중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멀티벤더화가 이루어지고 일본 독과점 체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취급이 어려워 무조건 재고를 축적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은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에게 수출하지 못하면서 재고가 점차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개별 수출허가 심사에 9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발표했으나 레지스트와 달리 불화수소는 아직까지 1사만이 허가를 받았고 다른 곳들이 10월경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받는다고 해도 실제 수출까지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재고 관련 리스크가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모리타케미칼은 중국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양산해 2020년 여름부터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들에게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중국공장의 생산제품을 한국기업들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전략을 바꾸었다.
하지만, 해당 계획은 2020년 하반기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일본 정부의 조치 이후 약 1년 동안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쇼와덴코도 고순도 가스 수요 증가를 기대하며 중국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 수요처와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고기능화·고순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도 불황 가속화 요인
국내 반도체산업의 일본산 탈피 움직임이 가시화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산업 자체가 세계적으로 2018년 하반기부터 불황에 빠져 있고 2019년에는 생산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 부진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숙화 및 미국-중국 무역마찰에 따른 중국 내수 둔화, 글로벌 경기 악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은 단기간에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도체 자체생산 비중을 2025년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관련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 강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규제대상을 국가가 아니라 특정기업으로 좁혀 집중적으로 압박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까지는 화웨이(Huawei)에 대한 압박이 대표적이며 감시카메라 분야도 주요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스마트폰 시장의 불황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반도체는 물론 5G통신 관련 소재 보급 속도도 늦춰지고 있다.
2020년부터 5G통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관련 소재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온 일본기업들은 반도체에 이어 해당 분야에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에 나서면 자동차, 반도체 분야가 약 4개월 후 타격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어 관련기업들에게 보다 중징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차세대 프로세스 개발경쟁 “불꽃”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19년부터 차세대 프로세스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Intel), 삼성전자, 타이완 TSMC 등 빅3가 회로선폭 5나노미터에 도전하며 EUV 레지스트와 세정제 등 고순도 화학약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반도체 시황은 2018년 하반기부터 악화됐으나 2020년에는 회복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5G통신 관련 신소재 등이 글로벌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들은 1년 가까이 불황에 시달리면서도 차세대 프로세스 확립을 위한 미세화 투자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
JSR, TOK 등 EUV 레지스트 생산기업들은 2020년부터 회로선폭 7나노미터 칩 본격 양산, 3나노미터급 프로세스 도입 등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수요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EUV 노광기의 광원출력 향상이 더뎌 레지스트와 에천트 고기능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는 신제품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로 반도체 봉지재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DIC는 5G용으로 개발해온 에폭시수지(Epoxy Resin) 생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에폭시수지는 활성 에스터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저유전율과 저유전정접 등을 실현해 5G통신의 고주파 특성을 저해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주로 프린트 배선판용으로 투입돼왔으나 최근에는 반도체 봉지재에도 사용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생산능력을 한차례 확대했으나 앞으로 수요에 맞추어 추가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쿠야마, IPA·TMAH 중국 생산으로 전환
일본 도쿠야마(Tokuyama)는 중국 반도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저장성(Zhejiang) 자싱시(Jiaxing)에서 중국법인 가운데 하나인 Tokuyama Chemicals을 통해 전자용 IPA(Isopropyl Alcohol)와 포토레지스트용 현생액인 TMAH(TetraMethyl Ammonium Hydroxide) 정제·충진설비를 착공 이후 반년만에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5G 통신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반도체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조기에 건설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0년 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예정이며 2022년경에는 차기 투자도 실시한다.
Tokuyama Chemicals은 2007년부터 공장을 가동했으며 건식 실리카(Silica), 고순도 삼염화규소(TCS), 사염화규소(STC) 등을 생산해온 가운데 IPA와 TMAH도 생산품목에 추가하게 됐다.
중국 반도체 시장은 5G 통신 보급과 정부의 산업정책인 중국제조2025 등의 영향으로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시대되고 있다.
도쿠야마가 IPA와 TMAH 현지공급에 나선 것도 중국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IPA는 일본, TMAH는 일본과 한국에서 원액을 생산하고 있으나 자싱공장 IPA 생산능력이 5000킬로리터, TMAH가 1만킬로리터인 가운데 원액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G 보급으로 성장 가능성 높이 평가
2019년 들어서는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시장 침체가 우려됐으나 도쿠야마는 앞으로 5G 통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취급하는 데이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데이터센터 증설, 부속 어플리케이션 다양화 등이 이루어지며 반도체 수요가 다시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시장의 중심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미국과 무역마찰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수요 확보에 더욱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쿠야마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업과 관련 기기 생산기업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채용실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며, 자싱공장에서도 기존제품과 동일한 품질의 IPA와 TMAH를 공급함으로써 중국이 요구하는 최첨단 반도체 및 기기 가공 니즈를 충족시킬 방침이다.
한국과 타이완의 경쟁기업들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나 전자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품질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해 경쟁우위성을 갖추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차기 투자는 세계적으로 5G가 본격 보급되고 반도체·기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2022년경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최근 환경·안전과 관련된 정부 차원의 규제가 강화되며 공장 신증설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으나 도쿠야마가 이례적으로 조기에 건설공사를 마쳤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공장 건설을 시작할 때부터 일본에서 진행할 때와 동일한 수준으로 환경대책을 세웠고 산업단지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당국과 신뢰관계를 쌓은 영향으로 파악되고 있다.
CCG, 반도체 소재·약품 신증설 적극화
타이완 Chang Chun Group도 반도체용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방산업이 밀집된 타이완과 중국에서 2020-2021년 고순도 과산화수소와 각종 반도체약품 신규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소재 세정제로 사용되는 NMP(N-Methylpyrrolidone) 사업화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석유화학 사업을 주로 영위해왔으나 전자용 파인케미칼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투자를 적극화할 방침이다.
Chang Chun은 고순도 과산화수소와 현상액, 희탁제, 금형 세정제, 절단 세정액, 포토레지스트 용제, 에폭시수지 성형소재, 전해액 등 반도체 관련 소재를 광범위하게 생산하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석유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지만 타이완 반도체 시장이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전자소재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타이완·중국에서 과산화수소·TMAH 증설
최근에는 전자소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사업기반을 정비하고 있다.
2019년 들어서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타이완와 중국에서 관련 소재 생산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주요 투자품목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 그레이드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웨이퍼 세정 등에 사용하며 Chang Chun은 이미 타이완에서 최대 생산기업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수요기업들의 증설투자에 맞추어 타이완에서 2020년 중반 완공을 목표로 15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장쑤성(Jiangsu) 양저우시(Yangzhou)와 푸젠성(Fujian) 장저우시(Zhangzhou)에서 2020-2021년 상업가동을 위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 장쑤성 창저우시(Changzhou)에서는 최근 과산화수소 5만톤 공장이 신규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TMAH 분야에서는 최대 메이저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초순수로 희탁해 현상액으로 제조한 후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저우와 장저우에서 신규설비를 건설하고 있고, 타이완 Changhua 공업단지에 약 30억타이완달러(약 1050억원)를 투입해 IC웨이퍼 세정에 사용하는 고순도 신너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6만톤으로 2020년 2분기 완공할 예정이다.
전자 그레이드 5만6000톤급 용제 회수장치 건설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화된다면 2021년 완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소재 세정제 등으로 사용하는 NMP 사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알릴알코올(Allyl Alcohol)을 출발원료로 투입함으로써 1.4-BDO(Butanediol), THF(Tetrahydrofuran) 등 중간원료를 거쳐 NMP의 원료인 GBL(Gamma-Butyrolactone)까지 일관 생산하고 있다.
고순도 1.4-BDO 설비를 도입해 반도체 그레이드 NMP용으로 GBL을 공급하고 있으며 알릴알코올, 1.4-BDO로 연결되는 체인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다운스트림 NMP를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