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PO에서 256억달러 조달 투자자금 마련 … 수익성 악화가 걸림돌
아람코(Saudi Aramco)가 2019년 12월11일(현지시간) 사우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주식 상장에 앞서 12월4일까지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IPO(기업공개)에서는 세계 최대인 256억달러(약 28조원) 조달에 성공했다.
아람코는 2020년 사빅(Sabic)을 자회사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화학관련 투자를 적극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조달자금을 천
연가스, 화학제품 사업 확대에 활용하고 원유 수출 의존형인 현재의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장 대상은 정부계 투자기업이 보유한 지분 1.5%이며 0.5%는 개인투자자에게, 나머지 1.0%는 기관투자자에게 공개했다. 공개가격은 주당 32리얄(약 9300원)이다.
외국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PO는 미국 씨티(Citi) 그룹과 영국 HSBC가 맡았다.
사우디 화학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걸프국가의 국영 투자기관들이 주식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의 우호국인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아부다비나 쿠웨이트 투자청이 각각 10억달러 정도를 투입해 주식을 취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레이지아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를 비롯한 신흥국의 국영기업이나 기존 사업파트너들도 거론됐으나 페트로나스는 인수를 연기했다.
아람코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원유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석유제품 수요 감소에 대비해 천연가스, 화학제품,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확대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최고경영자)는 2018년 이후 30년 동안 에틸렌(Ethylene) 수요가 연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2018년부터 10년 동안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에도 화학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1월 석유화학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100% 출자 자회사 Aramco Chemicals을 설립한데 이어 2월 중국 저장성(Zhejiang) 저우산(Zhoushan)에서 원유 처리능력 40만배럴의 No.1 정유공장과 에틸렌 140만톤 및 아로마틱(Aromatics) 520만톤의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고 있는 Zhejiang Petrochemical에게 약 10% 출자를 결정했다.
3월 사빅의 주식 70%를 2020년 6월 말까지 취득하기로 합의했으며 8월에는 인디아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ries)의 석유‧화학제품 사업 지분 20% 취득을 결정했다.
아람코는 다양한 연계·협업을 통해 원유를 베이스로 화학제품 생산을 최대화하는 CTC(Crude to Chemical) 서플라이 체인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PO 후보로 거론된 페트로나스의 석유정제‧석유화학 합작 프로젝트인 RAPID가 대표적인 사례로, RAPID는 말레이지아 조호르(Johor)에서 원유 처리능력 하루 30만배럴의 정유공장과 에틸렌 120만톤 크래커를 건설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은 2020년 하반기로 연기됐으나 아람코가 원유를 최대 70% 공급하고 석유화학제품의 50%를 출자비율에 맞추어 조달받기로 했다.
중국, 인디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원유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수요기업을 확보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화학제품 생산을 확대함으로써 수익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람코는 2019년 9월14일 원유 처리능력이 700만배럴에 달해 세계 최대 석유 처리시설로 알려진 아브카이크(Abqaiq) 설비와 Arab Light 생산능력이 150만배럴로 사우디에서 2번째로 큰 쿠라이스(Khurais) 유전 둥 석유 생산설비 2곳이 드론에 피격되면서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원유 정제능력이 일시적으로 하루 500만-600만배럴로 절반 정도 줄어들었으나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복구함으로써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확보했다.
피해 지역의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도 피해가 크지 않아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한정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람코 지분의 배당 수준과 추가 상장 등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화학사업 확대 전략은 최근의 시황 악화에 부딪치고 있다.
아람코는 2019년 1-9월 순이익이 2557억리얄(약 74조원)로 전년동기대비 20.0% 감소했다.
화학사업에서 어느 정도 순이익을 올렸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과 합작한 페트로라비(PetroRabigh)는 순이익이 50.0% 격감해 다른 화학사업도 고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제품 수요 자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폴 해운 관계자가 공개한 대로 2019년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대화되면서 탱커에게 부과하는 선체보관료가 급등하는 등 코스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는 급등세가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코스트 부담이 큰 수준이고 판매가격 약세까지 겹치면서 중동산 석유화학제품 현물거래와 잠정거래 모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화학 시황은 2020년에도 회복이 어려워 아람코가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Pertamina) 등과 검토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신규투자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