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세계 화학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화학기업 대부분이 2020년 2분기 이후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코스트 관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적극 추진해왔던 설비투자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미국, 동남아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투자를 축소하는 등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선언한 이후 4월부터 경제활동을 재개했으며 반도체산업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생산을 계속 이어와 호조를 누리고 있다.
자동차도 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2018년 4분기 이후 판매 저조로 생산이 줄어들고 있고 소비가 단숨에 살아나기 힘들어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내수가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유럽‧미국, 코로나19 영향 하반기까지 장기화…
유럽‧미국 화학기업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1분기부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2분기 이후에도 위기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유동자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영방침을 바꾸는 등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스프(BASF)는 촉매, 영양, 농업 관련제품 판매량이 증가했고, DSM 역시 영양 부문의 매출 성장이 이어지면서 전체 매출액 감소를 방어했으나 대부분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업이익도 이스트만케미칼(Eastman Chemical)은 판매량이 증가했고 원료가격 하락, 에너지 코스트 감축 영향으로 EBIT(이자 및 세전 이익)가 전년동기대비 증가했으나 대다수는 수익성 악화로 고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바스프는 2분기 특별항목 제외 이전 EBIT가 제로(0) 혹은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수요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랑세스(Lanxess)는 2분기는 물론 3분기까지도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고 1분기보다도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분기에는 중국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으나 2분기 이후에는 글로벌 사업 대부분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분기 이후에는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 부진이 영업실적 개선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베스트로(Covestro)는 2019년 영업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대수가 전년대비 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후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할 때에는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듀폰(DuPont)은 1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4월 판매량이 10% 이상 급감했다고 밝혔고, 셀라니즈(Celanese)는 4월27일 기준으로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를 공급하는 엔지니어드 머터리얼즈 사업부에서만 2분기 수요가 25-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이후 상황도 불확실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듀폰, 이스트만케미칼, 앨버말(Albemarle), 바스프, 솔베이(Solvay) 등은 2020년 영업실적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미국‧유럽 화학기업들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위기상황에 대비해 코스트 감축과 설비투자 재검토를 통해 유동자산을 확충하고 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현금 창출과 상황에 적합한 지출 조정을 중시하고 있다.
솔베이는 항공기용 수요 감소를 이유로 영국, 미국 소재 컴포짓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관련사업 종사자 약 20%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동남아, 설비투자 프로젝트 연기에 백지화까지…
동남아 화학산업은 코로나 여파로 설비투자 프로젝트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때 내수 성장이 기대되면서 합성수지 관련 투자가 잇따라 발표됐으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투자기업들이 재무구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를 연기하는 등 조정하고 있고, 이미 착공한 프로젝트도 상업생산이 늦추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PTT(타이 석유공사) 그룹에서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IRPC는 P-X(Para-Xylene) 생산능력 130만톤의 아로마틱(Aromatics) 생산설비 MARS 건설을 위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추진했고 2025년 2분기 완공을 목표로 환경‧건강 영향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나 최근 검토 일정을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MARS는 2017년부터 사업 타당성 조사를 본격화해 2020년 착공, 2022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아로마틱 생산능력 확대, 시황 악화 등으로 사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이미 한차례 일정이 밀렸고 코로나19 여파로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과 롯데케미칼의 동남아 석유화학 자회사인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 등이 에틸렌(Ethylene)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역시 차질이 예고되고 있다.
CAP는 최근 에틸렌 생산능력 100만톤의 No.2 크래커 건설과 관련된 투자 결정을 반년에서 1년 정도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당초 일정대로 진행했다면 2024년 완공 예정이나 2025-2026년 정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티탄은 에틸렌 10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건설해 2024년 상업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CAP와 동일하게 1-2년 정도 연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건설 공사를 시작한 프로젝트들도 차질을 빚고 있다.
PTT Global Chemical(PTTGC)은 여러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으며 대부분 2020-2021년 상업가동 예정이어서 타격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0년 8월 PO(Propylene Oxide) 20만톤 플랜트와 PO를 원료로 사용하는 폴리올(Polyol) 플랜트를 산요케미칼(Sanyo Chemical), 도요타통상(Toyota Tsusho)과 합작으로 완공할 예정이고, 4분기에는 에틸렌 50만톤에 프로필렌(Propylene) 26만톤의 NCC 완공을 앞두고 있다.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공사 일정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나 타이가 경제활동 제한을 완화하고 있음에도 이동제한 조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국제선 항공기 운항도 6월30일까지 금지해 시험가동 등을 담당하는 기술자들이 입국하지 못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효성화학이 2020년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플랜트를 완공하고 상업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미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iam Cement Group(SCG)은 베트남 남부 롱손(Long Son)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고 있고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으나 그룹 전체적으로 투자를 축소하고 있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롱손 프로젝트를 그룹의 성장전략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계획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롱손 프로젝트는 올레핀 생산능력 160만톤의 NCC와 폴리올레핀(Polyolefin) 플랜트를 건설해 2023년 상업 가동할 계획이다.
동남아에서는 중간층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화학제품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최근 수년 동안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 신증설 계획이 잇따라 발표됐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화학기업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 생산활동 재개했으나 내수 침체 “여전”
중국은 2020년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6.8%를 기록하며 1992년 분기별 GDP 성장률을 발표한 이래 최초로 역성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 경제활동을 전면적으로 봉쇄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3월 이후에는 자동차, 화학산업 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됐으니 소비가 정체된 상황에는 변함이 없어 본격적인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출액 30억위안 이상 대기업들은 1분기 이익총액이 7841억위안으로 36.7% 급감했고 전체 41개 업종 가운데 39개가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냈다.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 제조업 이익총액은 무려 56.5% 격감했다.
사이노펙(Sinopec)은 1분기 화학부문 매출액이 826억위안으로 35.4% 급감했고 이익은 2019년 1분기 69억5300만위안에서 2020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 15억6800만위안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만, 중앙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경제활동 재개를 지시한 영향으로 4월 이후에는 생산이 회복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업생산은 3월 1.1% 감소에서 4월 3.9% 증가로,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 제조업의 부가가치액도 3.2% 증가로 전환했다.
특히, 반도체산업이 호조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반도체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가동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분기 집적회로 생산량은 16.0% 증가했고 반도체 프로세스에 반드시 필요한 고순도 가스와 화학약품을 공급하는 화학기업들도 관련 사업에서 호조를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디스플레이 시장은 부진했다.
패널 메이저인 BOE는 1분기 매출이 258억7900만위안으로 2.0% 감소했고 순이익은 5억6000만위안으로 46.0% 급감했다. 유럽에서 TV용 패널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산업은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가 발표한 4월 신규 자동차 판매대수는 207만대로 전년동월대비 4.4% 늘어나며 22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일부에서는 재고가 축적된 상황이어서 생산대수 증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매출액은 50.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자동차기업 사이에서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6월 이후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소비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에는 소매 매출액이 마이너스 7.5%로 크게 부진했고 취업인구 수가 많은 음식점은 매출액이 31.0% 급감했으며 실업률이 6.0%로 전월대비 0.1%포인트 악화되는 등 경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수출산업이 살아날지도 미지수이다.
4월에는 중국 제조업 구매경기지수(PMI)가 50.8로 호황과 불황을 구분하는 기준인 50을 2개월 연속 상회했으나 3월에 비해서는 1.2포인트 낮았다. 신규 수주가 둔화됐고, 특히 해외 수요가 33.5로 12.0포인트 낮아진 영향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출은 3월 6.8% 감소에서 4월 3.5% 증가로 전환되면서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엎었으나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을 위한 컴퓨터나 마스크 등 코로나19 관련 특수 영향일 뿐 중국이 유럽‧미국을 대상으로 주력 수출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자동차 소재 생산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표, 그래프: <유럽 화학 메이저의 영업실적(2020.Q1), 미국 화학 메이저의 영업실적(2020.Q1), 코로나19로 변경된 주요 석유화학 설비투자, 글로벌 화학기업의 2020년 설비투자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