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주요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가동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는 최근 주요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과 관련된 연차 보고를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과 미국과의 무역마찰 등으로 가동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연료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정제 분야와 국제유가 폭락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석탄화학, 다운스트림 수요 축소가 이어지고 있는 PU(Polyurethane) 등은 감산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CPCIF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고기능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신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석유‧화학 전반에 성장둔화‧무역마찰 영향
중국은 2019년 석유정제, 가성소다(Caustic Soda), 합성고무, MDI(Methylene di-para-Phenylene Isocyanate) 가동률이 상승했으나 P-X(Para-Xylene), PC(Polycarbonate) 등은 정체 양상을 나타냈다.
원유 처리능력은 저장성(Zhejiang)의 저우산(Zhoushan) 프로젝트나 폴리에스터(Polyester) 메이저인 Hengli Petrochemical의 대규모 프로젝트 등이 완성되면서 4000만톤 확대된 반면 구식설비 도태는 900만톤에 그침으로써 전체적으로 8억6100만톤으로 전년대비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제품은 생산이 0.2%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수출은 5537만톤으로 20.2% 급증함으로써 고가동 체제가 이어졌다.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은 장쑤성(Jiangsu)의 타이싱(Taixing)에서 SP Chemicals이 건설한 중국 최초의 ECC(Ethane Cracking Center)가 상업 가동했고 석탄화학까지 더해져 신증설이 352만톤에 달함으로써 2902만톤으로 13.6% 증가했다.
그러나 MTO(Methanol to Olefin) 가동률이 하락하며 전체 가동률은 90.6%로 2.4%포인트 하락했다.
다운스트림 PE(Polyethylene)와 EG(Ethylene Glycol) 등은 에틸렌 환산 수입량이 2558만톤에 달해 자급률이 여전히 절반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필렌(Propylene)은 생산능력이 4061만톤으로 441만톤 증가했으나 신규설비 풀가동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동률은 81.0%로 2.0% 하락했다.
P-X는 생산능력이 2154만톤으로 56.4% 확대됐다. 하지만, 신증설 플랜트 가동이 2019년 후반에 집중됐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은 6.8% 하락했다.
석탄화학 가동률은 상승했으나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무름으로써 관련기업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합성고무는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해 가동률이 하락했다. 천연고무 하락으로 중국 내수가격이 내림세를 나타냈고 자동차 부진까지 겹쳐 자동차 타이어용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PC는 생산능력이 대폭 증가했으며, MDI는 미국-중국 무역마찰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중동산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약세를 계속했다.
코로나19 사태 겹쳐 2020년 전망 불투명
CPCIF는 미국-중국 무역마찰, 코로나19 영향,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2020년에는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거래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석탄화학의 경쟁력 약화 및 가동률 하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통‧운송, 부동산, 건축자재, 방적 분야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자동차 생산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춘절 연휴 이후 높은 가동체제를 계속했던 석유정제 가동률은 수출시장 악화로 정체 혹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약‧비료, 가성소다, 석탄화학, 합성고무, 타이어, PU 가동률도 소폭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가가치제품 비중을 확대해왔던 합성수지나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폴리에스터 등은 가동률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산업은 최근 신소재 생산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T800급 이상 탄소섬유, PC, SEPS(Styrene Ethylene Propylene Styrene), 부텐(Butene)-1, PA(Polyamide), 지방족 이소시아네이트(AD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CPCIF는 앞으로 PTFE(Polytetrafluoroethylene), 태양광발전용 PVF(Polyvinyl Fluoride) 필름 등 생산능력이 부족한 소재를 개발하거나 생산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수요 급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변화하는 생활양식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나 디지털‧정보산업, 건강산업, 현대농업 보급, 안전 등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산업을 지탱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전자소재도 조기에 자체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로마틱 중심 기초화학 공급과잉 “심각”
중국은 생산능력 확대에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기초화학제품 재고가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안부는 최근 벤젠(Benzene), MEG(Monoethylene Glycol)를 중심으로 합성수지, 합섬원료 등 기초화학제품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5월 중동, 인디아가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 공세를 펼친 가운데 수요기업, 무역상이 재고 축적을 적극화했으나 수요가 부족해 저장탱크 여유공간이 부족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월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최 이후 경제활동이 재개됨에 따라 수요 회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재고 소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벤젠은 5월 말 기준 재고량이 20만톤 이상을 기록하며 2월 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젠은 페놀(Phenol), 아세톤(Acetone), SM(Styrene Monomer), 나일론(Nylon) 원료로 투입하고 있다.
반면, 수지 원료로 사용되는 SM 재고는 28만톤 수준으로 3월에 비해 5만톤 줄어들었다. 유도제품 가동률이 순차적으로 회복된 영향으로 판단된다.
MEG는 5월 말 기준 재고가 120만톤 이상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1월 말에 비해 3배 많은 상태이며, 4월부터 120만톤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안부의 탱크 저장능력 부족 현상이 심각해짐으로써 수입제품을 하역하지 못하고 정박 상태로 대기하고 있는 화학탱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Shaghai) 근교 난통(Nantong)과 장인(Jiangin), 장자강(Zhangjiagang) 등은 탱크 수급이 급격한 타이트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4월 이후 유럽, 인디아 등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봉쇄령을 내림으로써 수요처를 상실한 아람코(Saudi Aramco), 사빅(Sabic) 등 중동기업이나 인디아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ires), 말레이지아 페트로나스(Petronas Chemicals) 등이 중국에 대한 벤젠, P-X, MEG, SM, 메탄올(Methanol) 수출을 적극화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은 메탄올, MEG와 함께 아로마틱(Aromatics) 계열의 재고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동‧인디아산 저가제품 구매 확대로…
중국 수요기업과 무역상들은 당시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저가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고 축적에 매진함으로써 수급 완화에 일조했다.
다만, 해운 관계자들은 중동, 인디아가 7월 이후 중국 수출을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저장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이고 자체 기초화학제품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봉쇄령 해제를 계기로 유럽, 인디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기초화학제품 재고가 2019년과 마찬가지로 5-6월부터 소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방산업 가동이 재개되며 자동차는 4월 판매대수가 22개월만에 전년동월대비 증가세로 전환됐고 수출도 자동차, 섬유 분야에서 증가했지만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심화됨으로써 미국‧유럽 수출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