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기업들은 항공 수요 감소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정유기업들은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역대 최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항공유 판매가 상당히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잇달아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면서 여행객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상반기 항공유 매출이 32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 급감하며 자동차용 연료인 무연휘발유(16.3% 감소), 경유(21.6% 감소)는 물론 각각 39.1%, 38.7% 감소한 나프타(Naphtha)와 P-X(Para-Xylene) 등 석유화학제품의 감소 폭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항공유 매출 감소액은 5104억원으로 전체 매출 감소액 1조3000억원의 39.0%를 차지했고 항공유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 상반기 22.3%에서 2020년 상반기에는 13.4%로 축소됐다.
에쓰오일도 역시 상반기 매출이 2조5000억원 이상 감소했고 항공유 매출이 7957억원으로 43.4% 줄어들며 산업·해상수송용 연료인 벙커유(79.0% 감소)에 이어 2번째로 큰 감소 폭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상반기 12.0%에서 2020년 상반기 9.2%로 축소됐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상반기 영업적자가 5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로 석유제품 관련 매출이 대부분 감소한 가운데 항공을 비롯해 수송제품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항공유는 다른 석유제품에 비해 가격 하락 폭도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항공유 평균 판매가격은 배럴당 5만7489원으로 38.0% 급락하며 무연휘발유(36.2% 하락) 등 다른 석유제품보다도 낙폭이 컸다.
에쓰오일도 항공유 판매가격이 5만3807원으로 41.0% 급락했다.
정유 관계자들은 정유기업들이 하반기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으나 항공 수요 부진이 영업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의 영업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은 항공 수요 부진 등의 여파로 최근 4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유 관계자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2차 유행이 확산되면서 화물 외에 국제선 여객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하반기에 재고 관련 손실이 회복되며 흑자전환이 예상되나 항공 등 운송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예년 수준의 영업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