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폴, 디지털화 자가진단 지표 도입 … 제조기술과 첨단기술 융합
싱가폴이 국가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강화하고 있다.
화학산업도 4차 산업혁명 대상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한 화학제품 생산성 향상, 에너지 절감, 서플라이체인 효율화, 기회손실 저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 각국이 화학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디지털화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도입을 위해 제조업 뿐만 아니라 물류, 디지털 기술 관련 연구기관, 기술‧솔루션 프로바이더 등을 모아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업종과 관계없이 관련된 모든 곳이 연계함으로써 자동차, 로봇 기술, 3D 프린트 등 고도의 제조기술을 확립하고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센서, 클라우드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조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시킴으로써 싱가폴 제조업 전체를 대상으로 변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최대 20% 수준을 제조업에서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산업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산업계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자원에 한계가 있고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 어떠한 분야에 활용하면 좋을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려워 사업규모가 큰 글로벌기업에 비해 4차 산업혁명 도입이 힘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폴 경제개발청(EDB)은 2017년 11월 컨설팅기업, 산학 전문가와 공동으로 글로벌기업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지표인 싱가폴 스마트 인더스트리 준비 지표(SIRI)를 개발했다.
사업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대상기업이 경영관리 및 제조 현장을 어느 정도 온라인화‧자동화했는지 자가진단할 수 있도록 만든 지표로 세계 최초의 시도여서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에서 4차 산업혁명 도입을 희망하는 곳은 SIRI를 사용해 프로세스, 기술, 조직 등 3가지 기본 구성 요소를 어느 정도 갖추었는지 자체 진단할 수 있고 디지털 투자 판단을 내릴 때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EDB는 그동안 에너지나 화학 분야에서 총 300여곳이 SIRI를 사용해 자가진단할 때 경제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는 싱가폴에 소재하고 있는 약 200개 공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후 분석해 제조업 변혁 실태 보고서로 정리했고 개별기업이 4차 산업혁명 도입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를 통한 세계적인 산업변혁 현황 내용을 포함했다.
싱가폴 과학기술연구청(A*STAR) 산하의 싱가폴 첨단 재구조기술연구소(ARTC)는 시험설비를 도입해 생산라인을 자동화한 사례를 소개했고 인재 트레이닝 등을 통해 종합적인 능력을 개선함으로써 개별기업의 디지털화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공장과 화학 플랜트가 집적돼 있는 주롱섬(Jurong)에서는 미국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 오로나이트(Chevron Oronite), 영국-네덜란드의 셸(Shell Chemicals), 독일 에보닉(Evonik Industries),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덴카(Denka) 등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집적하고 있다.
덴카는 스타이렌(Styrene)계 수지를 생산하는 세라야(Seraya) 공장에 약 400개 센서를 설치하고 싱가폴 및 일본 유지보수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플랜트의 이상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기 이전에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한 후 수리하고 기회손실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구조로, 싱가폴에 소재하고 있는 다른 생산현장에도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시스템을 활용하면 무인화도 실현할 수 있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촉발된 노동인력 부족 문제에도 대응하고 경영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라야 공장에서는 생산과 출하 계획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요기업의 주문정보와 자사 공장의 출하계획, 재고상황, 가격동향 등 서플라이체인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한번에 관리하고 생산‧출하‧영업 담당자가 실시간으로 입력하거나 조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주 상황에 맞추어 신속하게 생산‧출하 계획을 조정하면 기회손실비용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활유‧연료용 첨가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셰브론 오로나이트는 직원들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최첨단 위치정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의 안전과 기밀유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계약 대상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입한 시스템으로, 파이프 부식을 조기에 감지하는 센서와 상황 진단 시스템을 반영해 기회손실비용 감축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