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수요기업 녹취록 제출을 추가로 요청했다.
ITC는 11월5일(현지시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양사 변호인이 포드(Ford)와 폭스바겐(Volkswagen)을 상대로 진행했던 심문 녹취록 제출을 요구했다.
ITC는 10월30일에도 양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며, LG화학이 양측 변호인을 대신해 2019년 10월24일 폭스바겐 녹취록과 2019년 11월8일 포드 심문 녹취록을 제출한 바 있다.
ITC는 LG화학이 2019년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2020년 2월 SK이노베이션에게 조기패소 판결을 당초 10월5일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10월26일로 한차례 미룬 뒤 12월10일로 또다시 결정을 연기했다.
추가 연기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자국 내 배터리 공장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을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선거 이후로 최종 결정을 연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고, ITC가 최종 결정을 앞두고 SK이노베이션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제품을 공급받기로 한 포드, 폭스바겐의 녹취록을 재차 요구한 것을 놓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트럭 F시리즈,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자동차(EV) 배터리의 대부분을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건설하고 있는 조지아 공장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포드는 5월 ITC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LG화학은 F-150 EV에 대한 대체 배터리를 공급할 수 없다”며 “ITC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결정은 미국 경제 전체와 공익, 보건, 복지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폭스바겐도 “SK이노베이션과 폭스바겐이 맺은 계약이 파괴된다면 고임금 일자리를 원하는 미국의 노동자들과 EV를 원하는 소비자들에 피해가 간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ITC가 심문 내용을 다시 리뷰하는 것이 최종 결정에 변수가 될 만한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해 미국에서 사업이 어려워지지만 ITC가 공익(Public) 여부를 추가로 따져보겠다는 중재안을 내거나 예비결정에 대한 수정(Remand) 지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연기됐던 자료 검토를 위해 추가 제출을 요구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앞서 ITC에 제출했던 녹취록은 일부이고 양측의 변호인이 포드와 폭스바겐을 심문했던 전체 스크립트를 제출하라고 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ITC 활동의 일환일 뿐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ITC가 예정대로 12월10일 최종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이 대선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추가 연기 가능성도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