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자동차기업들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자체 개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포드(Ford) 최고경영자(CEO) 짐 팔리는 11월13일(현지시간) 개최된 로이터(Reuters) 자동차 서밋 텔레컨퍼런스에서 “배터리 셀 제조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EV 배터리 자체 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짐 팔리 CEO는 10월 취임했으며 전임자인 짐 해킷 전 CEO가 7월에 배터리 자체 생산에 대해 자동차기업에게 이익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던 것과 상반되는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포드의 E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PHEV)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최근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EV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Tesla)는 9월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가격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고 주행거리는 절반 이상으로 늘린 원통형 배터리 4680을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해 3-4년 안에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GM(제너럴모터스)은 LG화학과 함께 EV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도 스웨덴 배터리 생산기업과 합작공장을 설립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터리 수요 증가 뿐만 아니라 최근 EV 화재 사고에 따른 배터리 안전성 논란 및 보상비용 문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LG화학-SK이노베이션 소송에 따른 배터리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자동차기업들이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1-9월 기준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점유율 35%를 확보하며 질주하고 있으나 자동차기업들의 자체 개발 및 생산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기업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면 위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기업이 자체적으로 EV용 배터리를 개발해 실제 양산하기까지는 최소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기술력과 생산능력에서도 기존 배터리 생산기업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자동차기업들이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앞으로 배터리 시장의 전망이 좋다는 의미”라며 “축적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면 자동차기업들도 완전히 배터리 내재화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