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의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월25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임상시험 중 연구진의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면역 효과가 높게 나타난 참가자 집단에 고령자가 없었다는 점을 뒤늦게 시인해 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는 11월23일 현재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초기 데이터 분석 결과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발표했다.
또 백신 1회분의 절반을 우선 투약하고 1개월 후 1회분을 온전히 투약한 참가자들은 예방 효과가 90%였고 2회 모두 1회분 전체 용량을 투약한 참가자는 예방 효과가 62%라고 공개했다.
문제는 참가자들의 투약량이 달라진 것이 연구진의 실수 탓이었다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메네 팡갈로스 부사장은 애초에 연구진이 모든 참가자에게 1회분 전체를 투약할 의도였지만 측정 오류가 있어서 절반만 투약하게 됐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설계 단계에서 1회분의 절반을 투약했을 때 효능을 측정하도록 고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첫 투약에서 1회분의 절반을 맞은 참가자들은 모두 55세 이하로 고령층이 없다는 점도 뒤늦게 드러났다.
심지어 미국 정부에서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라위 초고속 작전팀 최고책임자가 최초로 공개하고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가 뒤늦게 시인한 것이어서 신뢰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는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다른 핵심 정보도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시험 참가자 가운데 131건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으나 백신을 처음에 0.5회분을 투약한 집단, 2차례 모두 1회분을 투약한 집단, 플라시보를 투약한 집단에서 각각 확진 사례가 몇건씩 나왔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여기에 제약기업들은 백신 효능을 발표할 때 똑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분석 결과가 영국, 브라질에서 각각 다르게 설계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한 것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NYT는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백신의 효능에 의문점이 많은 상황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SK바이오사이언스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및 글로벌 공급을 위한 3자 협력의향서를 체결했고 백신 원액을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생산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20년 7월부터 2021년 초까지이며 아스트라제네카가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백신 개발에 실패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10월에도 아르헨티나에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회사인 SK케미칼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