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오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소송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C는 예비결정과 마찬가지로 메디톡스의 승소로 결정했으나 예비결정 때 10년이었던 대웅제약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메디톡스가 승소했으나 제재 수위가 크게 낮아져 말끔한 승리는 아니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업종이 다르지만 국내기업들이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소송 양상이 유사해 비슷한 사례로 회자돼왔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과 메디톡스가 예비결정에서 승소해 유리한 위치를 점한 채로 소송이 진행됐고 ITC가 최종결정을 연기했을 때 미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고 단순 일정 연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과 대웅제약은 ITC가 예비결정의 오류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 위해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보며 예비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ITC는 최종결정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보톨리늄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균주와 제조공정 도용 혐의는 인정해 예비결정 때 10년이었던 대웅제약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크게 단축했다.
결과를 두고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대웅제약이 도용해 유죄가 확정됐다고 강조하지만, 대웅제약은 예비결정이 사실상 뒤집힌 결과로 자사가 승리한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TC에서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예비결정 결과가 최종에서 바뀐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ITC의 영업비밀 침해소송은 18건이었고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조치가 나온 건은 6건이었다. 6건 중 5건이 패소한 측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으나 5건 모두 수입금지 조치가 뒤집히지 않았다.
배터리 관계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예비결정대로 승소할 것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은 예비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또 최종 결과가 나와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처럼 아전인수 해석을 하며 공방을 계속 이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대웅제약은 ITC 최종결정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메디톡스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2010년 이후 ITC에서 완료된 소송 약 600건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애플(Apple)과 삼성전자 특허 침해소송이 유일하고 영업비밀 침해 관련 거부권 행사 전례는 없다.
LG-SK 배터리 소송은 영업비밀 범위가 넓고 ITC가 SK의 증거 인멸을 인정한 만큼 수입금지 조치를 포함하는 최종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에서 대규모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에게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면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