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애플(Apple)의 전기자동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자체 설계한 배터리 기술도 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셀의 용량은 키우고 파우치와 모듈을 없애는 대신 활성물질을 더 넣는 모노셀 디자인을 사용할 계획이며 LiB(리튬이온전지)보다 과열 위험이 적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구상하고 있다.
다만,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와 생산설비 건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체 설계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기존 배터리 생산기업과 합작으로 생산하거나 위탁생산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애플이 연구하고 있는 LFP 배터리는 중국 최대 배터리 생산기업 CATL이 주력 생산하고 있어 중국과의 협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에너지 밀도는 낮으나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니켈 함량을 높인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 내부의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향상돼 주행거리가 늘지만 동시에 열에 의한 폭발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LFP 배터리 채용을 공식화하면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나 애플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 외에도 여러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배터리 사업 내재화를 선언했지만 테슬라(Tesla) 외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낸 곳이 없을 만큼 배터리 생산 진출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배터리 시장에서는 최근에는 차세대제품으로 주목받는 전고체전지 개발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도요타(Toyota Motor)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전고체전지를 탑재한 시험 자동차를 공개하고 2020년대 초반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로, 현재의 LiB보다 이론적으로 에너지 용량이 2배 가량 크며 폭발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기업들도 전고체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나 2020년대 후반에야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2027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전지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2028-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전고체전지 개발인력을 채용하며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2027년부터 전고체전지를 탑재한 전기자동차 양산을 준비하고 2030년 이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