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불화수소를 포함해 첨단 전자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지 1년 반이 지나며 양국의 사업모델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전자소재 산업계는 일본이 2019년 7월 불화수소,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불소계 PI(Polyimide)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첨단소재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 수출을 규제한 이후 기간산업인 반도체 분야가 받을 타격을 우려해 3개 품목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관련된 대부분의 소재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
SK그룹이 가장 앞장서고 있다. SK머티리얼즈가 초고순도(99.999%) 불화수소를, SKC는 일본산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었던 반도체용 하이엔드급 블랭크 마스크를 양산했고, SK실트론도 일본 섬코(Sumco)가 장악했던 로직용 7나노미터 에피텍셜 웨이퍼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NF테크놀로지, 램테크놀러지, 솔브레인 등도 불산계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 사업장을 둔 일본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데카(ADEKA)는 국내 사업장에서 일본산 원료를 조달해왔으나 최근 수요기업들이 일본산 채용을 기피하면서 중국, 러시아산 조달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시장에 불화수소를 대량으로 공급했던 스텔라케미파(Stella Chemifa)는 한국 매출액이 전체의 30-40%에 달했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6개월 동안 출하량이 전무했고 2020년 4-12월에는 다소 회복됐으나 한국 매출비중이 10%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라케미파는 중국에서 들여온 불화수소(2HF)를 독자적으로 정제해 12N(99.9999999999%)까지 초고순도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한국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일본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또다른 불화수소 메이저인 모리타케미칼(Morita Chemical)은 2019년부터 일본 정부에 한국 수출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허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에는 중국 저장성(Zhejiang)의 Morita New Materials을 통해 한국에 고순도 불산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한국에만 공장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이 진출한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체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