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소수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요소를 구하지 못해 요소수를 생산하지 못하고 연이어 화물자동차들이 운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롯데정밀화학이 요소수용 요소 1만9000톤을 확보함으로써 자동차용 요소수 5만8000톤을 제조해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베트남산 8000톤을 비롯해 사우디,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산 6500톤을 확보함으로써 자동차용 요소수 수요를 2-3개월 충당할 수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재가동하면 물류·교통대란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인맥을 활용해 순도가 높은 일본산을 확보했느니, 베트남‧인도네시아산 확보에 노력했느니 하면서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내세운 것은 잘못이다. 롯데정밀화학은 요소수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으나 신동빈 회장이 힘을 기울여 국내 요소수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싶겠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요소수 사태는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전력 공급 제한에 나선 9월 중순 시작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이 요소 수출검사를 의무화한 10월11일이 아니라 석탄 부족이 표면화된 9월 중순 대비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디아는 어떻게 중국산 요소를 9월 대량 수입했을까?
인디아는 9월 중국산 요소 82만톤을 수입함으로써 중국의 9월 수출물량 109만톤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인디아가 대량 수입하면서 9월 중국의 요소 수출량이 8월에 비해 317.8% 폭증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롯데정밀화학은 손 놓고 있었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소 공급부족 사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먼 산만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인디아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의 요소 생산이 감소할 것에 대비해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였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산업계를 악의 근원으로 인식하고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문재인 정권이 원자재 수급을 걱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요소 공급부족 조짐은 5월부터 이미 감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요소 수출가격이 5월 초에는 톤당 332달러에 불과했으나 5월 중순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9월에는 400달러를 넘어서면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곧바로 50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수출제한에 나선 10월에는 700달러마저 돌파했다.
롯데정밀화학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요소 수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마당에 국제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이상하게 지켜보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대비하지 않은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원자재의 수입 다변화와 국산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고, 특히 화학제품은 수입 차질이 빚어지면 국내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언제라도 무기화할 수 있는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산업계는 석유화학 수출 다변화에 이어 화학제품 수입 다변화를 적극화해야 하고, 특히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은 언제라도 화학산업의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