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젤협약 개정안이 폐플래스틱 리사이클의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바젤협약은 유해폐기물의 국경간 이동과 관련된 조약으로 유기폐기물을 국외에 반출할 때 상대국에게 사전에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수입국은 수출국이 통지한 내용과 실제 수입된 유해폐기물의 내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다르면 수출국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으며, 협약 참여국이 186개국에 달해 사실상 세계 대부분 국가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터키, 7월부터 PE계 폐플래스틱 수입 전면금지
2021년 1월 초 발효된 바젤협약 개정안은 유해폐기물 대상에 오염된 플래스틱을 추가했다.
국경을 넘어 추진된 리사이클이 처리능력을 상회하는 수입을 야기함으로써 결국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 내용이나 조
건이 매우 엄격해 깨끗한 플래스틱이라도 여러 종류가 혼재돼 있다면 원칙적으로 오염된 플래스틱으로 간주하고 있다.
바젤협약에서 사전통지 대상이 되면 거래가 불발될 가능성이 있어 폐플래스틱 수출기업들에게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사실상 폐플래스틱 거래 금지 조치에 가깝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개정안 발효 후 실제로는 우려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폐플래스틱 수출국인 유럽연합(EU)은 1월 폐플래스틱 수출량이 전월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전년동월대비로도 40% 이상 줄어들었으나 3월에는 전년동월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로부터 폐플래스틱을 많이 수입해온 말레이지아가 검사체제를 강화했지만 터키가 수입을 늘림으로써 수출량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터키는 EU의 3월 폐플래스틱 수출량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고 전년동월대비로 2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나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터키의 국경 검사체제가 충분하지 않고 독일, 영국으로부터 수입한 폐플래스틱들이 부적절하게 소각되고 있다고 고발했고 터키 정부가 7월3일 PE(Polyethylene)계 폐플래스틱 수입을 차단하기로 결정하면서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PE계 폐플래스틱 수입량은 터키가 2021년 초부터 수입한 전체 폐플래스틱의 80%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말레이, 미국산 폐플래스틱 수입 어려움 호소
말레이지아는 폐플래스틱을 수입할 때 검사체제를 강화했으나 폐플래스틱 수입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알려져 관련 산업계가 고전하고 있다.
말레이지아는 2017년 말 중국이 폐플래스틱 수입을 금지한 이후 국경을 초월한 리사이클 기지로 주목받았고 바젤협약 개정안 발효 이후에도 국경 검사를 철저히 시행함으로써 폐플래스틱을 안정적으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산 폐플래스틱 수입이 말레이지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바젤협약 비준국이 아니어서 바젤협약 대상 폐기물인 폐플래스틱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이나 리사이클 목적이라면 예외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폐플래스틱 자원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말레이지아는 수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산 폐플래스틱 사진까지 첨부하며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등 미국산 수입을 지지했고 말레이지아 플래스틱제조협회(MPMA)와 말레이지아 플래스틱 재생업자협회(MPRA)도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동조했다.
MPMA와 MPRA의 공동성명은 합법적인 플래스틱 리사이클산업을 불법으로 취급하면 오해와 왜곡을 낳을 수 있고 합법적인 사업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법을 준수하며 근무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차별적이며 포괄적인 폐플래스틱 금지는 말레이지아의 순환경제 실현과 지속가능성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일반 국민의 이해를 촉구했다.
일본, 바젤협약에도 EPS 수출 호조
그러나 일본은 바젤협약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폐 EPS(Expanded Polystryene) 수출 호조를 유지하고 있다.
바젤협약은 오염된 플래스틱의 국경간 이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일본은 가열해 감용화하는 독자적인 공법으로 폐EPS의 품질을 유지함으로써 동남아 수출량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환경성이 최근 단일색 이외에도 수출할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수출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완충재, 단열재 등 여러 용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EPS는 체적의 최대 99%가 공기로 이루어져 자원 절감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단열재로 사용하면 공조 기능을 부여할 수 있고, 자동차 내부 소재로 투입하면 연비 절감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EPS를 리사이클하는 곳이 드물어 해양 폐플래스틱 문제의 원흉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나 일본은 45년 전부터 도매시장에서 생선을 담는데 사용했던 EPS 박스 등을 열처리해 감용화한 후 잉곳으로 제조해 수출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 발포스티롤협회(JEPSA)에 따르면, 에너지 리커버리를 포함한 EPS 리사이클 비율은 2015년부터 6년 연속으로 거의 90%대를 기록하고 있다.
고품질 감용화 공법 적용으로 동남아 공세
일본은 2021년 1-5월 PS 폐기물 수출이 4만7600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8% 감소했으나 HS코드 3915대의 플래스틱 폐기물 수출량이 총 20.9%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PS 폐기물 수출량은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긴급사태를 선언했던 2020년 1-5월에도 감소하지 않고 5.0% 증가하며 다른 플래스틱 폐기물 수출이 대부분 감소한 가운데 호조를 누린 바 있다.
국제유가 상승을 타고 신규(Virgin) 수지 가격이 오르면서 재생 플래스틱 가격도 함께 오른 것이 수출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PS 폐기물 수출가격은 2020년 kg당 평균 39.0엔에서 2021년 1-5월에는 47.5엔으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동남아 각국이 리사이클 투자에 나서면서 고품질 폐기물을 동남아에 우선적으로 수출하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JEPSA는 감용화 후의 잉곳이나 재생 펠릿은 폐기물이 아니라 다른 HS코드로 수출되는 사례도 있어 실제 수출량이 현재 통계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젤협약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세관심사 지연 등으로 EPS 등 플래스틱 폐기물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EPS는 물론 다른 플래스틱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바젤협약 개정안은 이물질이 혼입된 플래스틱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어 단일색 플래스틱일수록 수출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EPS는 감용화 과정에서 EPS에 부착돼 있던 적색이나 청색 라벨이 녹아들 수 있으나 라벨도 PS로 제조된 것이라면 문제가 없고, 최근 환경성이 새로 공표한 바젤협약 판단기준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전용 처리장치에서 적절하게 성형했음이 확인된다면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고 명기해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PS의 용융온도에 맞추어 설정한 전용장치를 도입한 곳이라면 PS 이외의 플래스틱이 혼입됐을 때 적절한 잉곳의 형태를 완성할 수 없다는 점을 역이용한 조치이며 오랜 시간 통용됐던 리사이클 시스템의 유용성을 인정한 결과로 파악되고 있다.
JEPSA는 일본 플래스틱공업연맹의 워킹그룹에 참여하며 일본 내 리사이클 체인 구축에 주력하고 있고, 국내외에서 리사이클제품 수요를 발굴함으로써 순환형 사회 실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