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소계 화학제품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안정되고 있다.
재택근무 등에 따른 컴퓨터 수요 증가로 반도체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고순도 불산, 불소수지(Fluororesin)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 확대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산은 일본 화학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기업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기업도 품질을 향상시켜 일본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2020년 불산 생산 소폭 회복세
불소계 화학제품은 형석을 원료로 생산한 불화수소산(불산) 베이스가 대부분이다.
일본은 2020년 불산 생산량이 23만5679톤으로 전년대비 2.7%, 출하량이 23만7860톤으로 1.2% 감소에 그쳐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 수요처인 프레온가스와 불소수지를 포함한 플루오로카본(Fluorocarbon) 출하량도 13만4915톤으로 3.9% 감소에 머물렀다.
프레온가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산업이 침체됨에 따라 냉매용 수요가 줄어들었고, 불소수지는 2020년 생산량이 2만3797톤으로 25.4%, 출하량은 2만4717톤으로 16.8% 급감했다.
반도체 관련용도는 반도체 제조장치 수요에 힘입어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상반기에 자동차 및 산업기계용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에서 건축 및 항공기 관련수요가 침체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21년에는 자동차용 수요가 회복됨으로써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마이크로 칩 공급부족에 따라 자동차 생산이 위축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순도 불산을 사용하는 표면처리용도 27.3% 급감했으며, 특히 스테인리스 및 LCD(Liquid Crystal Display) 유리 세정용 수요 침체가 두드러졌다.
고순도 불산, 육불화인산리튬(LiPF6), BHF(Buffered Hydrogen Fluoride)을 포함한 2차제품용은 가파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고순도 불산은 반도체, LCD, 태양전지 제조공정에서 세정제로, 불산과 불화암모늄(Ammonium Fluoride) 용액을 혼합한 BHF는 반도체 절연막 에칭 및 세정 등에 채용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로 국산화 박차…
반도체는 D램, 낸드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투자가 회복됨에 따라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는 컴퓨터, 스마트폰에 대량 채용되고 있으나 메모리는 2018년 활황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감소, 자동차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고순도 불산은 2019년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컴퓨터‧게임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회복세로 전환됐다.
리튬이온전지(LiB)용 고순도 전해질로 투입되고 있는 LiPF6은 전기자동차(EV)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는 2021년 들어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있으나 재택근무 정착에 따른 컴퓨터 판매 증가, 5G용 스마트폰 수요 확대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해 고순도 불산 수요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단행한 수출규제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국내 핵심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필수소재로 사용되는 불산,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불소계 폴리이미드(Polyimide)에 대한 수출규제를 선언했고 8월에는 1200가지 소재·장치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은 일본산 반도체 소재 수입비중이 약 40%로 일본산 의존도가 높고 일본은 한국 수출비중이 90% 이상에 달했으나 불산은 수출규제의 영향으로 일본산 수입량이 2018년 3만8000톤에서 2019년 1만1000톤으로 급감했다. 이전에는 월별 수입량이 3000톤에 달했으나 2021년에는 500톤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솔브레인 등 국내기업들은 고순도 불산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중국산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는 컴퓨터 고속처리, 소비전력 절감, 5G에 따른 통신정보량 증가의 영향으로 회로선폭이 계속 미세화되고 있으며, 고순도 불산은 고품질제품의 안정공급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산과 중국산은 품질요구를 충족하나 안정적인 공급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중국산 불소계 화학제품은 원료인 형석 및 무수불산부터 수직계열화한 강점이 있어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불소계 화학제품 생산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원료를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가격을 포함한 가격경쟁력이 중국 수급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원료 조달처를 다각화함과 동시에 코스트 경쟁력 강화 및 안정공급을 목적으로 중국 생산체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램테크놀러지, 초고순도 불화수소 개발 “순도 15N”
국내 화학기업들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램테크놀러지는 액체와 기체 형태의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기존 불화수소 생산방식은 형석을 베이스로 증류법, 전기분해법, 흡착법, 막분리법 등 다양한 정제공정을 통해 생산하지만 램테크놀러지가 개발한 생산방식은 전처리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며 불화수소 순도도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통상 99.9999%(6N) 이상 순도인 기체를 의미하지만 램테크놀러지가 개발한 불화수소는 순도가 99.999999999999999%(15N)에 달해 현존하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운데 가장 순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 전처리 공정이 없는 생산방식을 개발했다.
기체상과 액체상에 공존하는 다단 증류탑 내부의 조불화수소가 함유한 불순물을 산화시켜 제거할 수 있는 가스 스트림을 투입하면서 투입 공정 프로세서로 고급 공정 제어 모듈을 적용했고, 조불화수소의 품질에 따라 즉각적으로 정제공정에 적용함으로써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높은 양산 전환율로 연속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램테크놀러지가 생산한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수분 농도가 최소화돼 안정도가 매우 우수하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일본 기술력을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는 당진 1공장 건설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2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가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100% 국내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무수물산, 코로나19에 중국 환경규제로 강세
불소계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무수불산은 업스트림인 형석, 다운스트림인 냉매 가격에 따라 시황이 좌우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및 중국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 감소로 시황이 등락을 거듭했으며 2021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HCFC(Hydrochlorofluorocarbon)-142b는 LiB 관련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다운스트림 가운데 유일하게 2021년 초부터 3배 가까이 폭등했으며 앞으로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수불산은 2020년 초 냉매를 포함한 수요침체로 톤당 1500달러 초반에 머물렀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1700-1800달러로 상승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으로 형석 공급이 중단돼 무수불산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의 이동제한이 해제되고 물류기능이 정상화됐으나 유럽, 미국 등 다른 소비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냉매 등 다운스트림 수요가 감소해 15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021년 들어서는 불소수지 등 다운스트림 수요가 회복세로 전환됨과 동시에 날씨와 관련된 요인으로 업스트림인 형석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수급타이트가 발생해 다시 1700달러대로 상승했고, 춘절 연휴 이후 1600달러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일반적으로는 5월부터 에어컨용 냉매 수요가 일단락돼 하락세를 나타내나 최근에는 불소수지 등 다른 다운스트림 수요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벗어나 호조를 나타내면서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HCFC-142b는 2021년 초에 비해 3배 폭등했다.
HCFC 규제에 따라 공급이 제한되고 있는 가운데 LiB 바인더로 사용되는 PVDF(Polyvinylidene Fluoride) 원료용 수요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불소고무(FKM) 등 다른 다운스트림에도 영향이 파급되고 있어 HCFC-142b 쟁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HCFC-142b는 앞으로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른 공급규제가 불가피한 가운데 LiB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더욱 확대돼 상승세를 계속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