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 조기달성 위해 기술 개발 속도 … 국내 정유 4사도 관심
합성연료(e-fuel)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 정부가 전기자동차(EV)나 차세대 전동자동차(xEV) 판매 장려를 통한 탄소중립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나 일반 시민이 친환경 자동차를 보편적으로 소비하기까지 수십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연기관을 개량하거나 수소와 이산화탄소(CO2)를 반응시켜 제조한 합성연료가 탄소중립 조기 실현을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합성연료는 정유기업과 자동차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세계 최대 티어1 보쉬(Bosch)는 휘발유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 판매대수가 증가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감축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자동차의 제조‧판매‧폐기 등 모든 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산출하면 전기자동차의 배출량도 적지만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자동차 모두 자동차 제조와 폐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특히 전기자동차는 LiB(리튬이온전지)를 탑재하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반면, 합성연료는 신재생에너지 베이스 수소를 사용해 제조한다면 넷제로 실현이 가능하고 정제처리로 나프타(Naphtha), 휘발유(Gasoline), 제트연료, 경유 등도 얻을 수 있다.
기존 사회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인프라 구축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베이스 합성연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렴하면서 대량 공급이 가능한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일본은 정부와 일부 정유기업들이 갈탄 등 석탄을 가스화해 수소를 추출함으로써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석탄은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지 않고 이산화탄소 프리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분리‧포집 처리를 선행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갖춘 일본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J Power는 2002년부터 이산화탄소 분리‧포집 기술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8년 분리‧회수설비를 사용한 수소 제조에 착수했으며 최근에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을 석탄 가스화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농도 85% 수소 제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네오스(Eneos)는 물 전기분해로 수소를 제조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스트와 공급 면에서 과제가 많아 탱크나 화학수소화 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고 코스트를 대폭 감축할 수 있는 직접 MCH(Methyl Cyclohexane) 프로세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J Power, 에네오스, 쉘(Shell) 일본법인, 이와타니(Iwatani), 가와사키중공업(Kawasaki Heavy Industries), 케이라인(Kawasaki Kisen Kaisha), 마루베니(Marubeni) 등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함께 수소 서플라이체인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빅토리아에 대량 매장돼 있는 갈탄으로부터 수소를 추출하고 갈탄 가스화 및 정제‧육상수송‧액화‧적재‧해상수송‧하역까지 모든 서플라이체인에서 실증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플랜트를 건설할 때는 수소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류시키는 CCS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로 만들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합성연료 보급을 위해서는 수율 향상이 요구되며 고효율 촉매 개발 및 제조 프로세스 최적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촉매 개발 분야에서는 MI(Materials Informatics) 기술을 활용해 가장 적합한 분자를 효율적으로 모색함으로써 실용화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네오스는 제조업 관련 딥러닝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Preferred Networks와 함께 초고속 인공지능(AI) 시뮬레이터 개발에 성공했으며 정유 사업에서 확보한 화학 프로세스나 촉매 노하우를 조합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베이스 합성연료 기술 및 촉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유기업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베이스 합성연료 실용화를 위한 대규모 실증을 추진하고 2040년경 코스트를 낮추어 2050년에는 본격적인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용화 직후에는 항공기 연료유로 주력 투입할 예정이나 최종적으로는 자동차 연료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고 있다.
자동차기업과 자동차 탑재기기를 생산하는 티어1 등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자동차 외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량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보쉬는 내연기관을 효율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베이스 합성연료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쉬가 기존 휘발유 자동차에 휘발유와 합성연료를 혼합해 주입한 후 실시한 실증실험에서는 엔진 시스템과 컴포넌트 모두 성능이 열화되지 않았고 특별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휘발유 자동차라도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합성연료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제조할 수 있으며 기존 내연기관의 탈탄소화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합성연료 관련 연구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