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관련기업들의 수소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터기업위원회는 2022년 5월4일 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고, 법제사법위원회 자구 심사 및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어 본회의도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법은 △수소발전용 천연가스 별도 요금제 도입 △청정수소 판매사용 의무제 △전기사업자의 수소발전량 구매 공급제 △수소발전 입찰 시장 도입 등이 핵심이다.
특히, 청정수소 등급별 인증제와 청정수소 사용을 중장기적으로 촉진하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가 주목받고 있다. 청정수소의 범위는 추후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법 개정안은 2021년 6월 발의된 후 1년 가까이 계류 상태에 머무르는 등 수소법 통과 지연과 정권 교체를 앞두고 수소사업 정책의 불연속성이 우려됐으나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에 수소산업을 포함하면서 우려가 해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수소법 통과가 지연되는 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수소산업은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난이 발생하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 2022년 연료전지 수주 2배로 확대
두산퓨얼셀은 2018년부터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발주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수소 관련기업으로 수소법 통과에 따라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료전지는 전해질 종류에 따라 PAFC(인산형 연료전지), PEMFC(고분형 연료전지),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로 구분되며 PAFC는 중소 발전설비 및 난방용으로, PEMFC는 자동차용, SOFC는 대규모 발전이나 선박용으로 쓰인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차원에서 사업 전망이 밝았으나 2021년 수소법 개정안 계류와 2022년 1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일어나면서 영업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2021년 매출이 3814억원으로 전년대비 17.4%,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30.9% 감소했고, 2022년 1분기에는 매출이 51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0% 급감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86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그러나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영업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을 기다렸다”며 “2021년 발주물량이 적었고 수주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수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수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퓨얼셀은 2021년 수주량이 131MW에 그쳤으나 2022년 수주목표를 240MW로 2배 가까이 잡고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지연됐던 수주 재개, 가스 직도입, 개별요금제 활용으로 발전용 연료전지 경제성 향상, 인프라가 형성된 가스관을 통해 CNG(압축천연가스), LPG(액화석유가스)를 공급받은 후 수소를 생산하는 트라이젠(Tri-gen) 모델 수주 확대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다만, 영업실적 개선은 수소법에 담긴 청정수소의 범위와 구체적 시행령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블루수소 외에 그레이수소 등 다른 수소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린수소 양산시점을 2025년으로 예측하고 그레이수소 관련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연료전지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경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사업 다각화로 리스크를 축소할 방침이다. PAFC, SOFC 등 발전용 뿐만 아니라 PEMFC 등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4월28일 PEMFC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캐나다 발라드파워시스템스(Ballard Power Systems), 두산 종속기업 하이엑시엄(Hyaxiom)과 모빌리티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및 수소버스 보급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PEMFC 시스템 개발과 양산, 수소버스 판매, 수소 및 전기 충전소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주력사업은 PAFC이나 SOFC는 새만금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PEMFC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코오롱‧SK도 수소 사업 탄력
수소 관련 소재 생산기업들도 수소법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수소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은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2022년부터 10MW급 수전해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중장기적으로 1조원을 투입해 2031년 그린수소 생산량을 2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독일 린데(Linde)와 함께 2022년까지 용연공장에 1만3000톤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고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의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포괄하는 밸류체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소자동차(HV) 시장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사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탄소섬유는 일본 도레이(Toray)가 주도하고 있으나 효성 역시 2011년 독자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고부가가치의 고성능 탄소섬유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현재 수소연료탱크에 사용될 탄소섬유 공급을 위해 시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수소 사업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6년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 연구에 돌입했으며 연료전지용 수분 제어장치, PEM(고분자 전해질막), MEA(막전극접합체) 등을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발전단지의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 기술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코오롱글로텍은 수소 저장과 운송에 필요한 압력 용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수소법 개정안 통과로 관련 소재 뿐만 아니라 시스템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수전해 시스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방침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자체 기술 뿐만 아니라 관련기업과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협의안도 모색하는 등 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관련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롯데, 한화, 현대자동차 등 15개 관련기업은 2021년 9월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했으며 현대자동차, 효성그룹이 SK와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SK그룹의 수소사업은 도시가스·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SK E&S를 중심이다. SK E&S는 액화수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3년 SK인천석유화학 단지에 액화수소 공장을 완공하고 2025년 액화수소 3만톤, 블루수소 25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SK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수소 대량공급체계를 완성하고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모놀리스(Monolith)와 합작법인 형태로 국내 청록수소 시장 선점을 꾀하고 있다. 청록수소는 블루수소 생산에 필요한 CCUS(탄소 포집·저장)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그린수소에 비해 적은 전력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SK는 수소법 개정안 통과에 “수소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룹에 수소 사업 추진단이 있고 장기적인 호흡에 따라 생산계획도 세워놓았기 때문에 수소 관련 정책에 따라 로드맵이나 가이던스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5월19일 2030 비전·성장전략 발표에서 “수소와 배터리에 10조원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에너지 사업에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해 120만톤의 청정수소를 생산·유통·활용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황진구 수소에너지사업단장은 “롯데케미칼의 네트워크와 투자 여력, 풍부한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 등의 강점을 살려 생산설비 투자부터 운송·유통에 이르는 인프라 구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국내 수소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