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 대응과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해 수소가 부상하고 있으나 한때 떠들썩하더니 잠잠하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수소 생산능력을 2025년 1-2MW, 2028년 10MW, 2028년 이후 100M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수소경제 성장전략에서는 청정수소 생산기술을 국산화함은 물론 저장·운송 기술을 고도화하고 수요 창출과 함께 공급망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실제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 없다.
국내 화학기업은 물론 자동차기업들도 수소가 유일한 희망이라면서 대대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를 예고했으나 구체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수소는 연료나 원료로 투입하면 자연 순환을 교란하지 않고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수송·저장이 가능해 석유·가스·석탄을 대체하는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그린수소, 화석연료와 천연가스를 투입해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그레이수소(부생수소·추출수소), 그레이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활용한 블루수소로 구분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어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청정수소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전기를 활용해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은 개발이 어려워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코스트의 약 80%가 재생에너지 베이스 전기로 제조단가가 높은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일본과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수소경제 구축작업이 한창이고 정부 지원 아래 기술 개발이 진척되고 있어 한국도 손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EU는 수소 가치사슬의 인프라 건설, 산업적 수소 활용, 연구·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IPCEI Hy2Us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IPCEI Hy2Use는 수소 분야 최초의 IPCEI인 Hy2Tech을 보완하고, Hy2Tech가 담당하지 않는 수소 관련 인프라와 산업 응용분야 개발에 주력한다.
Hy2Tech는 15개 회원국에서 35개 관련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공공자금 54억유로를 투입해 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Hy2Use에는 최대 52억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민간도 70억유로를 추가 투자해 기술을 고도화한다.
EU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해조를 비롯한 재생·저탄소 수소 생산·저장·운송을 위한 인프라 건설을 지원함은 물론 철강·화학·시멘트·유리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공정에 수소를 적용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IPCEI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저탄소 수소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했다.
한국은 천연가스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으나 글로벌 에너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탄소중립 의제가 다시 부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소경제에 대한 장기 비전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수소는 자원이 무한정하나 제조코스트가 높고 상업적 적용의 경험이 적어 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뒤처지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