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화학기업들이 석유화학 사업 구조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경영이 악화되고 아시아 신증설 영향으로 경쟁력이 떨어짐에 따라 범용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탄소중립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2014-2016년 에틸렌(Ethylene)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 가동을 추가 중단하는 등 구조재편에 이어 각종 유도제품 생산능력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루젠, EO·EG 가동중단에 에틸렌 수출
마루젠석유화학(Maruzen Petrochemical)은 2022년 5월 말 치바(Chiba) 소재 EO(Ethylene Oxide) 플랜트 가동을 중단했다.
장기적으로 MEG(Monoethylene Glycol) 시황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가동 후 50년 이상이 경과함에 따라 막대한 보수‧교체비용이 소요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치바에서는 EO/EG(Ethylene Glycol) 11만5000톤 플랜트를 가동했으며 EO, MEG 외에 DEG, TEG, HEG 생산도 모두 중단했다.
치바 플랜트 생산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도호쿠(Tohoku) 지방은 마루젠석유화학 외에도 공급기업이 많아 가동중단에 따른 영향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요카이치(Yokkaichi) EO 8만2000톤 플랜트는 가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치바 플랜트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기존에 EO용으로 투입하던 에틸렌(Ethylene)은 중국, 동남아시아에 수출할 계획이다.
에틸렌 크래커는 기본적으로 풀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시황에 따라 수출물량이 변화함에 따라 상황에 맞추어 가동률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스미토모·이데미츠코산도 철수 잇따라
스페셜티 화학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우베(UBE)는 2030년까지 암모니아(Ammonia)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카프로락탐(CPL: Caprolactam) 생산능력을 감축할 방침이다. 
우베의 액체 암모니아 사업은 생산능력이 일본 최대인 38만톤으로 1969년부터 우베 지역의 핵심설비로 가동해 카프로락탐, DMC(Dimethyl Carbonate) 등에 원료를 공급하며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으나 가동 이후 50년 이상 경과해 설비 트러블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가동중단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석유코크스(Petroleum Cokes)를 원료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가동을 중단하면 그룹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할 수 있어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청정 암모니아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결정했다.
글로벌 메이저로 자리를 잡고 있는 카프로락탐은 중국기업 등에 밀려 중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2024년까지 일본에서 가동하고 있는 8만톤 가운데 자가소비용인 2만톤을 제외하고 6만톤 라인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22년 4월 카프로락탐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카프로락탐 사업은 1965년부터 반세기 이상 지속했으나 중국이 신증설을 적극화하면서 수익이 악화돼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최근 포트폴리오를 성장 분야로 전환하는 대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료, 카프로락탐 등과 함께 염료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며, 1970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4만톤도 2023년 3월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은 공급과잉을 이유로 2022년 말까지 에히메(Ehime) 소재 아크릴산(Acrylic Acid) 및 부틸아크릴레이트(Butyl Acrylate) 플랜트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Mitsubishi Chemical Holdings(MCH)는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용융섬유 사업에서 철수한다.
경쟁력 확보에 탄소중립 대응 강화까지…
일본 석유화학산업은 2010년대 들어 수요가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중국 신증설 열풍, 북미 셰일(Shale) 혁명에 따른 대규모 에틸렌 크래커 난립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약화돼 철수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플랜트를 건설해 50년 안팎 가동함으로써 노후화가 심각해 유지·보수 코스트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가동중단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산업제품 공급과잉에 대응한 구조재편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경쟁력강화법 50조를 시행한 이후 2014-2016년 NCC(Naphtha Cracking Center) 3기 가동중단을 유도했고 현재는 에틸렌 생산능력 615만톤의 스팀 크래커 13기만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에틸렌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감축한 것에 불과하며 유도제품 생산능력은 여전히 과잉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셰일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이 예상만큼 유입되지 않아 에틸렌 크래커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는 거래가격도 상승해 석유화학 사업 영업실적이 호조를 나타냈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범용제품은 수익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페놀(Phenol), 우레탄(Urethane) 사업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 3월에는 2023년 여름 오타케(Otake) 소재 PTA 플랜트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수면 아래에서 경쟁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재편에 투자기업을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쇼와덴코(Showa Denko)는 알루미늄 사업 일부를 미국 투자기업 아폴로(Apollo Global Management)에게 매각한다고 2021년 1월 발표했다.
MCH도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에 사용하는 알루미나섬유 사업을 아폴로에게 850억엔을 받고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혁을 위해 사업 매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이 더욱 중요해져 수익성이 좋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사업을 중심으로 매각·철수를 확대할 것이 확실시된다.
수익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요량이 변화하지 않아도 생산량을 줄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지는 리사이클을 확대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연료‧원료 전환이 어려운 사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 경쟁기업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