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S(Computational Chemical Sciences)는 화학소재 연구를 지원하는 IT(정보기술) 솔루션으로 그동안 경험 혹은 감에 의존했던 작업을 이론, 계산, 데이터 등 입증된 합리적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분자 모델링, 계산과학을 통한 시뮬레이션, 실험 데이터 및 연구 정보를 관리하는 인포매틱스 플랫폼 및 전자실험 노트, 생명정보를 해석하는 바이오 인포매틱스, 기초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대량의 데이터에서 지식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및 기계학습 도구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DX(Digital Transformation) 트렌드와 함께 연구개발(R&D) 프로세스 디지털화를 가속화시킬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저분자 화합물 등 신약 개발 분야에서 합리적 분자설계 도입에 CCS를 활용했으나 최근 보다 광범위한 물질‧소재에 대한 대응을 확대하고 있다.
전자노트, 데이터 구동형 DX 첫단계로 부상
일본은 관련 솔루션 개발‧판매 벤더 매출액으로 추산한 CCS 시장이 2022년 약 602억엔으로 전년대비 7.9% 증가했다. 2021년 성장률 11.0%에 비해 둔화했으나 높은 수준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수년 동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벤더별‧사업별로 일부 변동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연구개발을 DX화하기 위한 사내 데이터 활용기반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에 관련제품 및 서비스 공급처 대부분이 호조를 누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자노트 도입이 데이터 정비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자노트 시장은 두자릿수 성장했다.
전자노트는 원래 미국이 의약품 특허소송 대책으로 중시했던 종이노트를 전자판으로 대체한 것으로 과거 재판 증거로서 의미가 컸으나 현재는 법 규제 물질을 합성하거나 잘못 관리하는 것을 막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위반 대책으로 주목되며 제약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구개발 DX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자노트를 데이터 기반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연구 데이터는 대부분 실험 현장에서 얻기 때문에 전자노트에 실험 계획, 절차, 결과 등을 입력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채워지고 일정 데이터가 축적되면 데이터 과학을 이용해 기계학습까지 실시할 수 있다.
연구실 내 실험을 자동화하는 시스템 개발이 이루어지며 각종 분석기기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즉 전자노트는 데이터 구동형 연구개발 DX를 실현하는 첫단계이며 연구에 이용하기 위한 데이터를 집약하는 플랫폼을 만들 때도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계산과학, 시뮬레이션에 대한 니즈도 확대되며 CCS 하드웨어로 사용되는 슈퍼컴퓨터 등 하이퍼포먼스 컴퓨팅(HPC)이나 미래 상용화가 기대되고 있는 양자컴퓨터도 중요도가 주목받고 있다.
물질‧소재를 대상으로 한 모델링 & 시뮬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고 일본 정부가 슈퍼컴퓨터 후가쿠(Fugaku) 가동을 계기로 국가 전략 차원에서 슈퍼컴퓨터를 산업용으로 이용하도록 지원하면서 고속계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슈퍼컴퓨터 성능이 복잡한 물질 및 소재를 해석할 수 있는 영역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계산속도 향상을 위해 양자컴퓨터에 거는 기대도 확대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계산이 필요하고 상대적으로 오류가 적어야 하는 계산과학 분야에서 먼저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뮬레이션은 연구개발 DX화를 실현할 때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이며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MI, CCS 개발 트렌드를 주도한다!
CCS 시장은 MI(Materials Informatics)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구축이나 고속 시뮬레이션 모두 MI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일본 화학기업들은 대부분 전략적 차원에서 MI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2016년경부터 MI에 관심을 나타내고 최근까지도 MI 중심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0년 3월 정보통합형 물질‧소재 개발 이니셔티브(MI2I) 프로젝트 후 2021년 4월 소재 혁신능력 강화 전략을 공개했고 소재 DX 플랫폼 구축용 예산을 확대해 10년 단위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경제산업성은 최첨단 소재 초고속 개발 기반 기술 프로젝트를 2021년 3월 완료하고 참여기업들로 구성된 데이터 구동형 소재 설계기술 이용 추진 컨소시엄에 개발 성과를 이관했다.
국가적 프로젝트인 소재 DX 플랫폼 구축에서는 일본 물질‧소재연구기구(NIMS)가 MI 실시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공개‧비공개 보안 환경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AI 해석까지 실시하는 데이터 기반을 만들고 있다.
또 DX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는 데이터 창출‧활용형 소재 연구개발 프로젝트(DxMT), 전국 25개 대학 및 연구기관의 최첨단 설비에서 창출된 데이터를 이용‧활용 가능한 형태로 축적‧공급하기 위한 소재 첨단 리서치 프로젝트(ARIM) 등과 함께 실제 데이터 과학을 응용할 차세대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3개 프로젝트가 힘을 모아 데이터 제작부터 수집, 이용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DxMT는 배터리‧수전해용 촉매, 자성 소재, 반도체, 금속 구성 소재, 바이오 어댑티브 등 5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계에서 다수 참여하고 있다.
ARIM은 과거 나노기술 플랫폼 사업을 발전시켜 계승한 것으로 고도의 기기 기능 발현을 가능케 하는 소재나 혁신적 에너지 변환을 실현하는 소재, 양자‧전자제어를 통해 혁신적 기능을 발휘하는 소재, 소재 고도 순환을 위한 기술, 차세대 바이오 소재, 차세대 나노 스케일 소재, 멀티머터리얼화 기술, 차세대 고분자 소재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첨단 동유설비 정비 및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MI는 학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응용물리학회의 인포매틱스 응용연구회, 금속학회 제3분과회인 조직 & 계산과학, 일본화학회의 켐인포매틱스 부회, 인공지능학회 계측 인포매틱스 연구회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논문 투고처인 학술잡지는 미국 물리학회지 뿐만 아니라 MI 연구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일본 학술지로 확대되고 있고 중국도 수년 전부터 MI 전문지를 출간하고 있어 논문 발표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양자컴퓨터 도입 이어 자체 개발 가속화
양자컴퓨터는 IBM, 구글(Google) 등 해외기업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나 일본 역시 일부 대기업 및 학술기관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2023년 3월 일본산 초전도 양자컴퓨터 초호기 개발에 성공했다.
문부과학성 Q-LEAP 초전도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화학연구소가 주도했으며 산업기술종합연구소, 정보통신연구기구, 오사카(Osaka)대, 후지츠(Fujitsu), NTT 등과 공동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타마현(Saitama) 와코시(Wako) 소재 이화학연구소 양자컴퓨터 연구센터에 실제 기기를 설치했으며 공동 연구 계약기업·기관에게 클라우드 경유로 외부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이화학연구소의 초전도 양자컴퓨터는 64개의 양자비트를 칩 1개에 탑재한 집적회로를 사용함으로써 2차원 집적회로와 수직배선 패키지 등 2개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정방향으로 나열된 4개의 양자비트가 각각 이웃하는 양자비트를 연결하는 양자비트 간 결합으로 접속돼 있고 기본 유닛에 공진기, 다중 판독용 필터 회로 등을 배치했다.
64개의 양자비트 칩은 기본 유닛이 2차원으로 배열된 구조적 특징에 따라 전체적으로 16개의 기능 단위로 구성된 셈이며, 개별 양자비트에 대한 제어 및 판독용 배선 위치에 변화를 줌으로써 2차원 평면 상 양자비트 배선을 칩에 수직 결합시키는 수직 배선 패키지를 채용했다.
양자비트 수를 늘리기 쉬운 실장 방식이며 앞으로 100개, 1000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64개의 양자비트 중 11개가 작동하지 않으나 계산 가능 상태를 지속시키기 위한 결맞음 시간은 10-20마이크로초(T1) 또는 20-40마이크로초(T2)로 다른 기종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학연구소는 앞으로 최종 사용자까지 포함시켜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며 계산과학 분야와의 시너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IBM은 도쿄(Tokyo)대와 함께 2021년 7월부터 양자컴퓨터를 가동하고 있으며 2023년 가을에는 최신 3세대 이글 프로세서를 탑재한 127양자비트 기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127양자비트 양자컴퓨터는 북미에만 있어 일본 가동기기가 세계 2번째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도쿄대, 양자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 협의회(QII) 참여기업 및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점유‧이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IBM 최신 양자컴퓨터 도입에 42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