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산업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 화학기업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많을 것이고, 당장은 별 영향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할 것이다.
그러나 CBAM은 화학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이 CBAM을 들고나온 것은 다른 나라들도 유럽만큼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우드맥킨지는 CBAM이 당장은 철강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를 부과하지만 결국에는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BAM은 역외 수입제품의 탄소 배출량이 EU 생산제품보다 많으면 배출량 차이만큼 CBAM 인증서 구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로, EU 배출권거래제(ETS)에 따라 탄소 배출량만큼 코스트를 지불하는 EU 관련기업들이 탄소가격을 책정하지 않은 국가의 수입제품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확실시되는 이유이다.
대표적으로 철강은 CBAM 시행으로 글로벌 무역패턴 변화와 함께 유럽 시장의 가격상승이 예상된다.
EU에 수출하는 철강기업들은 CCUS, 수소 등 고비용 저배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이 판매 재편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탄소 배출이 적은 철강은 유럽으로, 배출량이 많은 철강은 탄소가격제를 시행하지 않는 후진국 중심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드맥킨지는 CBAM 시행으로 2034년 EU에 대한 철강 수출비용이 인디아는 약 56%, 중국은 약 49%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결국 CBAM 비용이 유럽 최종 사용자에게 전가돼 산업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소는 EU가 REPowerEU를 통해 저탄소 수소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고, CBAM이 저탄소 수소와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한 파생제품 수입 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CBAM 도입에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제 폐지에 따른 탄소 배출비용 상승으로, 회색수소의 경쟁력이 저탄소 기술 녹색수소와 블루수소보다 저하될 수밖에 없어 수소 생산기업의 배출량 감축 프로세스 확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 운반체인 암모니아와 암모니아의 최종 소비처인 비료 부문에도 CBAM의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비료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적절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EU의 식량 생산비용 상승을 유발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천연가스가 급등하고 비료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비료 사용량이 감소하고 작물 수확량과 식량 공급량이 줄어드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석유도 정유 코스트 상승으로 이어져 전략적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 가치사슬의 탄소 배출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정유기업들도 자체 배출량에 대한 탄소가격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어 탄소 저감 기술 투자 확대, 배출량이 낮은 원유의 가치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석유화학은 당장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5년 또는 10년 후에는 폴리머를 중심으로 유기화학제품 대부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자급률이 극히 낮은 가운데 중국의 자급화 정책으로 유럽 수출을 확대할 수밖에 없어 CBAM 코스트를 상쇄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 적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