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은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CDMO 시장은 그동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관련기업들의 인수합병(M&A) 및 설비투자가 활발히 진행됐으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으로 스타트업 투자가 축소돼 자금 조달난에 빠진 바이오 벤처가 개발품목을 제한하는 등 위축 국면을 맞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의 성장 정체는 일시적이며 조기에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재생의료연합(ARM: The Alliance for Regenerative Medicine)에 따르면, 2018년 1000건 수준이던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는 2023년 160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기업들은 글로벌 CDMO 시장 성장률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특수가 있던 2020-2021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연평균 10-2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삼성, 2032년 132만리터 체제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림)는 2032년까지 송도에 공장 4곳을 추가 건설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이 3조6946억원으로 전년대비 23.1%, 영업이익은 1조1137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화이자(Pfizer), 노바티스(Novartis) 등 세계적 제약 메이저와의 대규모·장기 CDMO 계약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톱 20개 제약기업 가운데 총 14곳을 수요기업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2023년 누적 수주액 3조5009억원에 신규·증액 계약은 총 19건이었다. 특히, 1000억원 이상 대규모 계약이 9건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에도 안정적인 사업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매출 전망치를 4조1564억원으로 공시했다.
송도에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해 8공장까지 총 4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8공장까지 완공하면 생산능력이 기존 1-4공장 60만4000리터에서 총 132만리터 이상으로 대폭 확대되며 세포치료제 및 유전자 치료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모달리티 다양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22년 mRNA 제제 위탁체제를 구축했으며 추가로 2024년 말까지 신규 모달리티 생산 MMP(Multi Modal Plant)를 cGMP(강화된 의약품 생산·품질 관리기준)에 준거한 생산설비로 가동해 항체-약물 접합체(ADC)부터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ADC 생산설비는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다방면으로 투자 확대
일본 CDMO들도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Astellas Pharma는 바이오 벤처를 활용해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충했으며, Kyowa Kirin은 2023년 10월 조혈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영국 바이오 벤처 인수를 발표했다.
후지필름(Fujifilm)은 바이오 의약품을 중심으로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항체 의약품 상업생산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사업장에서 대형 배양조 증설을 추진하는 한편 유전자·세포치료제 영역에서도 일정수준 이상의 생산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텍사스 사업장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유전자 치료제, 캘리포니아 사업장은 타가 세포 치료제가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JSR은 콜로라도 공장을 100일 이상 가동중단하며 대규모 유지보수를 완료했고, 2022년 완공한 노스캐롤라이나 공장 역시 가동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생산성 향상 등 추가적인 증설 작업을 추진하며 다양한 분자 프로세스 개발실적을 무기로 이중특이성 항체 등 유망 분야의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2022년 미국 Bionova Scientific을 인수하며 바이오 CDMO 사업에 진출했으며 신약 개발 분야에서 초기단계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에는 Bionova Scientific을 통해 개발 프로세스 설비 및 의약품 GMP에 따른 증설을 결정하고 경영자원을 대거 투입했으며 중·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첨단영역에서 프로세스 개발 등 사업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아사히카세이는 개발 초기단계의 신기술 및 과제에 중점을 두고 시장 흐름과 니즈를 파악해 제조용 필터·장치 등 하드웨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다만,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상업생산을 수주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주목된다. 상업생산 수주를 중시하는 트렌드에 역전략으로 나선 것으로 초기단계 프로젝트에서 획득한 정보를 제조공정에서 이용해 부품·장치 신제품 창출로 연계할 계획인 것으로 판단된다.
AGC는 미국 콜로라도 볼더(Boulder) 공장에서 바이오 의약품 대규모 상업생산에 대응하는 2만리터 스테인리스 배양조 신규 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지연돼 정상화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위스 Cerbios Pharma 등과 연계해 복합화, 충진 서비스까지 공급하는 체제를 갖추고 ADC 수요 확보에 나섰으며 유전자·세포치료약 상업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글로벌 최상위 수주실적을 보유한 이태리 밀라노(Milano) 사업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니즈에 대응할 방침이다.
일본촉매, 중분자 의약품 CDMO 강화
일본촉매(Nippon Shokubai)는 중분자 CD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촉매는 오사카(Osaka) 연구소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인증 SGP동에서 펩티드 원제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먼저, 핵산 의약품의 일종인 siRNA를 췌장암 등에 전달하는 캐리어로 활용하고 최근 수요가 증가한 엽산(Flate) 결합형 양이온성 펩티드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촉매는 GMP 뿐만 아니라 수백밀리그램 사이즈까지 생산할 수 있으며 천연·비천연 아미노산(Amino Acid) 등 광범위한 원료를 활용해 다양한 펩티드 원제 수주가 가능한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프로세스 및 분석법 개발 기술을 확립해 개발 단계에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TPC Marketing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펩티드 의약품 시장은 2022년 3조8838억엔(약 3-4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1.5% 확대됐으며 2023년에는 당뇨병 치료제 등이 증가해 5조3785억엔으로 38.5% 급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펩티드 의약품 시장은 당뇨병 치료제용 인슐린이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골다공증·암 치료제 출시 및 신약 성장세에 힘입어 앞으로도 연평균 8%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산-펩티드 결합 차세대 신약 개발 본격화
최근에는 핵산 의약품과 펩티드를 결합한 차세대 신약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촉매는 SGP동에 펩티드 원제용 1라인, 핵산 원제용 2라인 등 GMP 대응 3개 라인을 가동하고 있어 단일공장에서 2개의 모달리티가 가
능하다는 강점을 살려 원스톱 체제로 핵산-펩티드 복합체 개발·제조 니즈를 흡수할 계획이다.
일본촉매는 핵산 의약품 원제 CDMO 사업에서 2021년 3월 자사가 지분을 보유한 TAK-Circulator가 개발한 스테로이드 저항성 난치성 중증 천식 신약 1차 임상시험에 대비해 GMP 제조를 확대했다. 오사카 연구소에는 랩 스케일 설비를 갖추어 탐색연구부터 비임상시험용, GMP 제조까지 가능하다.
생산체제 강화에 이어 기술 개발도 추진해 인원자에 붕소원자가 결합된 새로운 구조의 PB(Boranophosphate) 핵산 화학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PB는 기존 PS(Phosphorothioate) 핵산에 비해 안전성이 높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HDO(Heteroduplex Oligonucleotide) 등 DDS(Drug Delivery System)용 신규 폴리머도 개발하고 있다.
일본촉매는 2030년까지 중분자 의약품 원제 CDMO 사업 매출 100억엔을 목표로 전방위 확대는 물론 인수합병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핵산, 미국 투자 확대하며 경쟁 치열
핵산 의약품 CDMO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Agilent는 글로벌 핵산 의약품 CDMO 메이저로 핵산 의약품 선도기업인 Alnylam Pharmaceuticals 등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과 연계하며 핵산 원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콜로라도 프레데릭(Frederick) 공장에 약 7억2500만달러(약 9500억원)을 투입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2026년 완공, 2027년 초 가동할 예정이며 볼더공장 포함 콜로라도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CDMO 수요기업은 승인된 핵산 의약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 세계에 퍼져 있으며 볼더공장은 2018년, 프레데릭 공장은 2022년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국외 제조기업 인증(FMA)을 취득했다.
Agilent는 고상합성법을 활용한 최신 설비로 글로벌 최대급 생산능력을 갖출 방침이며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 강화에 맞추어 핵산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유기용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세토니트릴(Acetonitrile) 용매를 수거·정제해 산업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수거량은 2023년 5-11월 1만6280갤런에 달했고 앞으로 연평균 8만갤런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gilent는 승인 사례가 확대되고 있는 asRNA(안티센스 리보핵산) 및 siRNA(작은 간섭 리보핵산)는 물론 임상시험 안건이 증가하는 게놈 편집 치료제용 가이드 RNA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사업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순도 가이드 RNA 제조 기술이 필수적이며 Agilent는 엄격한 임상시험 조건을 만족하는 고품질 가이드 RNA를 제조할 수 있고 순도와 수율 최적화를 위한 분석기술을 보유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핵산 의약품 CDMO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일본 닛토덴코(Nitto Denko) 역시 미국·일본 사업장에 300억엔을 투입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도 약 100억엔을 투자해 오이케(Oike) 공장에 가이드 RNA 전용설비를 건설해 2023년 가동을 시작했다.
독일 바이오스프링(BioSpring)과 스위스 바켐(Bachem) 역시 증설 투자에 속도를 내는 등 핵산 의약품 시장을 두고 글로벌 메이저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