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자동차의 인기가 수그러들면서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경쟁하고 있으나 인프라가 100%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공급만 확대함으로써 갖가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이 급작스럽게 확대되면서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광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함으로써 코스트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고, 화재에 대한 취약성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과 함께 기대했던 자율주행도 진척이 없다.
전고체전지가 개발되면 화재가 일어날 개연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하나 확신할 수 없고, 자동차가 사무실 또는 휴게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꿈도 기약이 없다. 각국 정부들이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불하는 보조금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소재 생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광물은 매장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전기자동차와 함께 배터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리튬이 대표적이고 이어 형석, 코발트, 니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도 중국을 제치기 위해 광물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는 중국이 없으면 배터리를 생산할 수도 없는 딱한 처지이다.
중국도 걱정이 많다.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ASPI)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형석(Fluorite)과 불소 부족 문제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형석은 배터리 팩, 모듈, 셀 제조에 필수적인 요소로 중국 역시 공급부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형석은 반도체, 제련, 냉장, 세라믹, 코팅 등 다양한 산업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불소는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원소로 형석에서 추출하고 있고 오스트레일리아가 2023년 12월 핵심광물로 지정하는 등 미국, EU(유럽연합), 일본도 형석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023년 주요 광물과 희토류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으나 형석은 상승세를 계속했고 2024년 1분기 사상 최고치를 형성한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형석 수요가 2040년까지 10배 이상 확대되나 매장량은 빠르게 줄어들어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중국도 세계 형석 생산과 소비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나 2030년경에는 매장량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구조적 공급부족에 대비해 수입량 확대, 수입관세 철폐로 대응하고 있다. 2023년에는 글로벌 매장량의 8%를 보유한 몽골산 형석 수입량을 4배 확대했고 비소 함량이 낮은 형석에 대해서는 수입관세 3% 면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형석 공급 확대나 형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확보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1차 생산기업을 통합해 사용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형석 자원이 장시성, 저장성에 위치해 환경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배터리용 바인더, 분리막, 전해질, 양극재에 투입되는 형석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랑하는 LFP(리튬․철․인산염) 배터리는 불소 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불소 유도제품 생산은 일본과 유럽이 앞서가는 가운데 중국도 자급화를 앞당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원료 생산기업들은 형석과 불소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