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사업·신기술 창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스타트업 및 학계와의 공동연구를 비롯해 사내 이종사업 연계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기술 개방적 홍보 방식도 고안하고 있다.
최근 건강식품 소재 및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화학제품 상용화, 이산화탄소(CO2)를 일산화탄소(CO)로 전환하는 촉매 상업생산 등이 성과를 냄에 따라 관련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NOF, 고기능 건강식품 소재 상업화 임박
NOF는 공모를 활용해 신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NOF는 DDS(Drug Delivery System) 소재 등 경쟁력 있는 고수익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신규사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독자 연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오픈 이노베이션을 연구개발(R&D)의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2021년부터 산·학 위탁연구형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해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생물 유전자 조작 스마트셀을 통한 바이오 화학제품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위탁연구 공모 및 연구개발실이 독자적으로 발굴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조합하고 화학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이용하는 중간소재를 개발함으로써 기존 사업영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 안전성, 안정성 등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최종형태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6년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시 후에는 수요기업이 기존 화학제품과 바이오 화학제품을 선택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방침이나 사업 초기에는 공동개발 파트너 등 외부 자원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공모한 건강식품 소재 선행 프로젝트는 2024년 출시할 예정이며 나머지 후보물질도 기능성 식품 표시제도를 활용해 사업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소재는 일본 건강증진법에 따른 건강강조표시가 허가된 물질인 반면, 아직 경쟁기업이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소재도 있어 장기적으로 매출 100억엔대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 파트너, 생산 위탁 등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 공급하며 직접 최종제품을 개발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23년 진행한 DDS 소재 및 생체 적합성 소재 등 의료·의료기기 공모 프로젝트는 유럽과 미국에서 다수의 신청이 있었기 때문에 2024년 공모를 실시하지 않고 수집한 아이디어를 육성할 방침이다.
다이셀, CO2 to CO 기술 개발 박차
다이셀(Daicel)은 학계와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이용(CCU)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포괄연계 협정을 체결한 가나자와(Kanazawa) 대학 등과 공동연구 중인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환원하는 나노 다이아몬드 고체촉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26-2027년 자체 상업생산 프로세스에 실장하고 2030년까지 파트너로 공급을 확대해 공급망을 형성해 인공광합성 및 CCU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 기술임을 소구하며 기존 화학제품 생산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공통 산업 인프라로 보급할 방침이다.
나노 다이아몬드 고체촉매는 TNT(Trinitrotoluene) 등 다수의 폭약으로부터 탄소를 얻으며 생성 탱크 내부에서 폭굉법으로 생성한다.
구조 코어에 붕소, 실리콘 등 이원소를 도입하는 도핑 기술이 기능성 부여 메커니즘의 관건이며 일종의 반도체 전극으로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환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해 환원용을 비롯한 기존 촉매보다 반응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며 태양광에 포함되는 가시광선을 흡수해 전자 들뜸 상태로 만들어 외부 공간에 방출해 수화전자화된 일산화탄소로 환원하는 메커니즘을 채용했다.
기존 촉매는 전극표면에 이산화탄소를 흡착시켜 처음으로 환원작용이 발생하는데 다이셀이 개발한 촉매는 전극 상공에서 입체적인 반응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효율이 크게 상승하는 점이 메리트이다.
다이셀은 생산한 일산화탄소를 먼저 메탄올(Methanol) 합성 초산(Acetic Acid) 생산에 이용할 계획이며 추가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베이스 수소 등 다수의 원료로 합성하는 e-메탄올의 원료로 이용하는 방안을 포함해 파트너와의 협력도 구상하고 있다.
다이셀은 현재도 바이오 메탄올 원료 이용을 확대하고 있으나 공급량의 한계로 e-메탄올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급망 실장에 성공하면 메탄올에 기반한 C1 체인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요소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화학산업이 연구하고 있는 MTO(Methanol to Olefin)와의 연계 가능성도 있으며 메탄올을 대체하는데 성공하면 대부분의 경질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기술을 CCU의 필수 코어 기술로 공급하고 나머지 주원료인 그린수소와의 연결도 검토할 예정이다.
다이셀은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 소비재의 리사이클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확대되는 가운데 CCU 실장이야말로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위한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최종 답안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덴카, 1억달러 CVC로 신사업 모색
덴카(Denka)는 사업영역의 다양함을 살려 신사업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고속통신 규격에 대응하는 인쇄회로기판(PCB)용 저유전 유기 절연소재, 플렉서블(Flexible) 기판용 LCP(Liquid Crystal Polymer) 필름, 내시경 수술 트레이닝용 의료 시뮬레이터 등이 사업화 단계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카는 일련의 성과를 반영해 2024년부터 영업과 연구개발 등을 혼합한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고 사업부문 관계없이 횡적 인력구성으로 연구개발에 임하는 프로젝트팀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또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억달러(약 1335억원)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조성했으며 최근 1호 프로젝트로 생체 센서 기술을 보유한 미국 Epicore Biosystems에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카는 2030년까지 투자처를 20-30곳으로 늘리고 사내 및 사외를 막론하는 지식 융합을 통해 연구개발 목표인 신사업 창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DIC, 초기 기술정보 개방 확대
DIC(Dainippon Ink & Chemical)는 유망기술 육성 방침을 쇄신할 계획이다.
기존 폐쇄형 수요기업 소개에 그치지 않고 초기 단계에서도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공개홍보 전략을 채용해 특허 출원을 완료한 연구 주제에 대한 기술 마케팅을 강화하고 2024년부터 협력 연구 스테이지 게이트 프로세스를 수정해 담당 부서 책임범위와 자금 흐름을 분명히 하고 그룹 전체에 최적화된 자원 배분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벤처기업 및 연구기관의 기술 도입 및 협업을 통한 사업화 활동이 중심이던 오픈 이노베이션을 열린 기술 부문으로 전환한다.
구체적으로 R&D 부문이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할 때 발생하는 폐쇄성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특허를 출원한 초기 기술을 적극적으로 공
개할 계획이다.
특허 출원 후 이른 단계에서 기술 마케팅으로 전환해 수요기업과 함께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DIC는 최근 공개홍보 전략 대상으로 2건의 프로젝트를 선정했으며 먼저 역해체·재성형 가능한 에폭시수지(Epoxy Resin) 경화제 마케팅을 시작했다.
일정 온도를 트리거로 해체·재가교가 가능하며 PCB 등의 절연·접착용으로 내열성과 리사이클 적성을 겸비한 경화 시스템으로 상용화하기 위해 2024년부터 구체적인 용도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학계와 협업해 고분자 전해질형 연료전지(PEFC)용 전극촉매를 개발하고 있으며 자동차·분산전원용으로 고가의 백금 함유량을 낮춘 촉매를 203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사업 환경 변화 역시 기술부문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DIC그룹은 2015년부터 연구개발비를 늘리기 시작했으며 2021년 이후 135억엔, 151억엔, 171억엔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다수의 초기 기술 창출에는 성공한 반면, 최근 자원 분배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생겨 2024년부터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엄선하는 단계로 이행할 계획이다.
2024년 초 스테이지 게이트 시스템을 쇄신하고 선별 프로세스 기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기술 부문을 구성한 3조직이 각각 운용한 초기심사를 공통화하는 등 개선책을 발표했으며 궁극적으로 사업화를 의식하는 발상을 기술부문에 침투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LG·SK,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 강화
국내 메이저들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전고체전지 소재를 비롯한 차세대 소재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LG화학은 서울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토대로 3대 신 성장동력의 주축인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관련해 바이오 소재 및 공정, 이산화탄소 활용 합성소재 등 고부가가치 미래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점해 관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3대 신 성장동력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개방혁 혁신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으로 미래 기술 개발에 주력할 방침인 가운데 미국 조지아에 북미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고 조지아공과대학과 신기술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외 유수 대학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차세대 배터리 글로벌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3회째를 맞는 대표적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LGES 배터리 챌린지를 통해 혁신 기술력과 사업 모델을 보유한 국내외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23개국, 총 117개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AI(인공지능) 및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BaaS(Battery as a Service), 전력거래 플랫폼 등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신규 비즈니스 분야 관련한 지원이 대폭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분야 혁신기술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공유 등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탄소감축 미래기술 발굴을 위해 미국에 SK이노베이션 아웃포스트 코퍼레이션을 설립해 오픈 이노베이션 동력을 확보했다.
2023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SK이노베이션 아웃포스트는 앞서 건설한 미국 기술 발굴기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포스트를 법인화한 것으로, 탄소감축 신기술을 발굴하고 외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카본 투 그린 전략을 위한 미국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환경과학기술원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제시하고 국내외 다양한 기술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암모니아(Ammonia) 베이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합성원유(e-fuel), 폐기물 가스화, 윤활유 액침냉각 열관리 등 친환경 에너지와 리사이클 분야에서 투자를 포함한 미국기업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SK이노베이션 아웃포스트는 혁신기업과 학계가 밀집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현지기업과의 기술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정부, 개방형 연구 지원에 1000억원 투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임무 중심 개방형 협력체계로 재편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월 초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칸막이를 걷어내기 위해 2024년부터 시작하는 1000억원대 글로벌 톱(TOP) 전략연구단 사업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사업 연구개발계획서 1차 평가를 통해 10개 과제를 선정했으며 2차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안서 평가에서 총 14개 과제를 선정한 다음 과제별로 8-10명의 전문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심층 검토를 진행했다. 전문평가위원은 해외위원 14명과 산업계 위원 30여 명 등 100여명으로 구성했으며 일부 과제는 평가위원들이 중복으로 참여했다.
10대 선정 과제는 반도체, 2차전지, 양자, 수소, 탄소, 바이오, 우주, 원자력 분야이며 수소와 바이오는 2건씩 선정했다.
반면, △소재산업 혁신 AI 전략연구단 △AI 휴머노이드 전략연구단 △위성 기반 한국형 스마트 우주 네트워크 개발 연구단 △차세대 원자력 구조물 전략연구단은 탈락했다.
1차 평가에서 선정된 과제는 임무 목표와 수행체계 등을 보완하는 컨설팅 단계를 거쳐 5월 말 최종 2차 평가에 상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차 평가를 통해 1차 선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결과에 따라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부터 제안한 예산을 전액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