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이 어떠한 전략 아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나 자급화를 넘어 글로벌 무역마찰을 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을 옥죄는 요인을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아시아 경제에 소용돌이를 몰아치고 있다. 내수 부진과 경쟁 격화에 따라 철강, 석유화학,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산 저가제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은 중국이 대대적 신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함과 동시에 불황이 겹침으로써 심각한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으며, 한국을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가 확대되는 등 진퇴양난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
SM(Styrene Monomer)이 대표적인 예로, LG화학이 선제적으로 플랜트를 폐쇄하는 등 대응을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무역마찰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중국이 먼저 반덤핑으로 공격했고 한국도 반덤핑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유럽, 일본 등도 경제안보, 보호주의로 맞서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제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반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면서 중국산 전기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EU(유럽연합)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이어 태양전지·풍력터빈에 대한 불공정 보조금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
중국도 서방의 무역제한이나 추가 관세 부과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법을 2024년 4월 공포했다. 미국이나 서방의 대응에 따라 무역마찰이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중국의 고질병인 과잉 생산능력 문제는 공급 논리에 치우친 산업진흥 정책의 결과로 당분간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도 중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따라 철강, 시멘트의 과잉 생산능력 문제가 불거진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태양전지, 배터리 등 신흥산업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지방정부들이 개별적인 신흥산업 지원정책 추진으로 중복 투자가 이루어지며 대규모 잉여 생산능력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가 침체됨으로써 과잉문제가 악화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소비주도형 경제로 전환함으로써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작금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대형 세일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내수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부동산 침체가 예상외로 심각해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불황은 에어컨 등 가전제품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에어컨 재고가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등 계절적 요인 이상으로 주택시장 악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거시경제 대책을 잇달아 공표하고 장기국채 총 1조위안(약 190조원)을 발행해 부동산 및 내수 회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나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나 장기적인 비전을 재설정하는 작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