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할 터이니 인센티브(특혜)를 달라고 아우성치더니 신년사로 미루어볼 때 구조조정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짙다.
국내 대표적인 석유화학기업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신년사에서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으나 알맹이 없는 메아리에 그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외환경 악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의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행동 양식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다.
특히, 글로벌 불확실성과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변화와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며 △차별적 경쟁력 확보 △투자 우선순위 정교화 △성과 중심 연구개발(R&D) 전환 △3대 신 성장동력의 내실화와 고도화 등 6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급과잉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석유화학 사업을 어떻게 구조조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정부를 상대로 구조조정 인센티브를 요구할 때는 곧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처럼 엄살을 떨더니 막상 인센티브 내용이 발표되자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시장에서는 스팀 크래커를 어떻게 통폐합하고 다운스트림은 어느 방향에서 철수와 통합을 단행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방향성은 어느 정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비용에 그치지 않고 모든 투자를 미래 3C(고객·변화·도전)를 고려한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자원 투입을 효율화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을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은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항공연료 사업에 집중한다거나 CR 및 바이오 소재의 요소기술 내재화룰 통해 차별화하고, 배터리 소재는 퍼스트 무버를 기반으로 양극재의 경쟁력 우위를 강화하며, 신약은 개발과제의 질적 개선과 항암 파이프라인 확보를 적극 추진한다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케미칼도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선언 외에는 구체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속도감 있는 사업구조 전환과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혁신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을 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특히, 오랜 기간 소요되는 전환과 실효성 있고 검증된 사업 변환을 병행하면서 가시적인 사업 전환을 유도하겠다거나 신규사업 투자는 경쟁력 기반 우위를 분석하고 시장 관점과 경쟁 관점을 점검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구조조정에는 별 뜻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기껏해야 글로벌 관점에서 화학소재 개발, 생산, 물류, 재고, 판매에 이르는 공급망을 단계별로 분석하겠다거나 기능별 혁신활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할 것 정도이다.
2024년 전체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이 돌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을지 모르나 구조조정 없이는 석유화학 사업을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했다.
중국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엽적인 구조 전환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