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을 살리기 위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KCIA)가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석유화학 사업 재편 컨설팅 용역을 마무리하고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용역은 석유화학산업의 과잉 설비 문제를 해결하고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보고서에는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 비용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시작으로 친환경·고부가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R&D) 설비에 대한 세액공제 검토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정부 주도의 사업 재편 지원 등 근본적인 구조조정 방안이 제외되면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PE(Polyethylene), PP(Polypropylene) 등 범용제품 비중이 높아 가격 경쟁에 취약하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과잉 공급이 지속되며 가동률이 하락하는 등 구조적 불황에 몰리자 속도감 있는 사업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컨설팅 과정에서도 구조조정 및 기업결합에 자금을 지원하고 인력 문제를 지원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안이 논의됐으나 산업계 이해관계와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최종안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앞서 2025년 3월 진행된 컨설팅 중간 보고회에서 산업계가 자율적인 사업 재편 방향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면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이미 투자 축소, 사업구조 재편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10월 말레이지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청산을 결정했으며 2025년 2월에는 파키스탄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자회사를 매각했고, LG화학은 대산·여수공장의 SM(Styrene Monomer)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나주공장 알코올(Alchol) 생산도 중단했다.
정부는 2024년 12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 완화를 통해 석유화학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3조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정부의 주도적 역할보다 석유화학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측면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지원책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당장 버티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변수가 큰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상반기에 경쟁력 제고 후속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윤우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