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 4사는 2025년 3분기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회복 폭과 수익 안정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여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사업 다각화 전략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3분기 정유 사업의 수익성 개선 효과와 E&S 발전 호조가 전체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 반면,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부진으로 포트폴리오 균형 전략의 한계를 나타냈으며,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 집중 전략으로 수혜를 입고 신규 화학사업 투자를 지속하며 변화하는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정유산업은 단순한 탈정유를 추구하기보다 강점을 살려 경쟁력 있는 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최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정유 4사, 3분기 정제마진 개선으로 흑자전환 성공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3분기 매출이 20조53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5735억원으로 9911억원 증가하며 흑자 전환했다. 1-3분기 영업이익은 1113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매출이 8조4154억원으로 4.8%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292억원으로 2732억원 증가하며 흑자 전환했으나 1-3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363억원에 그쳤다.
GS칼텍스는 매출이 11조386억원으로 5.0%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721억원으로 7250억원 증가하며 흑자 전환했다. 1-3분기 영업이익도 2307억원에 달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이 7조3285억원으로 12.0%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912억원으로 4593억원 증가하며 흑자 전환했으나 1-3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9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정유 4사는 3분기 정유 사업에서 영업이익 8958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1조2417억원 적자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8-10달러로 개선되며 손익분기점(4-5달러)을 상회한 것이 주효했고, 러시아 정제설비의 가동 차질에 따른 중동 지역 공급망 불안으로 등유, 경유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사업이 매출 12조4421억원에 영업이익 304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에쓰오일 역시 정유 사업이 매출 6조6943억원에 영업이익 115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며, GS칼텍스도 매출 8조6299억원에 영업이익 2464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실적이 개선됐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매출 6조3215억원에 영업이익은 229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윤활유, 계절적 성수기 타고 수익 개선 견인
정유 4사는 3분기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 합계가 6927억원으로 안정세를 이어갔다. 계절적 성수기에 따른 시장 대응으로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효과로 스프레드가 양호하게 유지되며 영업이익 감소 폭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부문 매출이 9805억원, 영업이익은 170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했으나 2분기 대비로는 26.8% 증가했다.
에쓰오일은 윤활유 부문 매출이 7047억원으로 5.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336억원으로 13.1% 감소했으나 2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GS칼텍스는 윤활유 부문 매출이 4951억원, 영업이익 1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정기보수 완료 후 판매량이 증가해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윤활기유‧카본블랙(Carbon Black) 부문 매출이 2487억원으로 6.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91억원으로 19.8% 증가했다.
석유화학은 4사 모두 영업적자
반면, 석유화학 부문은 4사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황 부진을 반영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사업부문에서 벤젠(Benzene), PE(Polyethylene), PP(Polypropylene) 시황 악화로 매출이 2조4152억원으로 8.0%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6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다만, P-X(Para-Xylene) 스프레드 개선으로 2분기보다는 적자 폭이 축소됐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부문 매출이 1조163억원으로 15.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99억원으로 2분기에 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발 공급 증가로 벤젠 가격이 하락했고 올레핀 다운스트림은 미국‧중국 관세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수요 회복이 지연되며 약세가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GS칼텍스는 석유화학 부문 매출 1조9135억원에 영업이익 마이너스 141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비중이 20-30%에 달하기 때문에 정유 호조에도 불구하고 화학 사업부문 부진으로 영업실적 개선 폭이 제한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다운스트림 수요 개선으로 P-X 스프레드가 개선되며 2분기 대비 적자 폭이 축소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 매출 7583억원에 영업이익 마이너스 877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다만, 2분기 대비로는 적자 폭이 축소됐다.
석유화학은 미국 관세 강화와 세계적인 저성장 속에 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중국 주도의 증설 압박으로 수익성 개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석유화학 스프레드는 4년째 부진하며 2027년까지 중국 중심의 증설이 계속됨에 따라 공급과잉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에틸렌(Ethylene) 기준 국내 생산능력의 200%에 달하는 2500만톤의 생산설비를 증설했으며 2025년 이후 대부분의 기초유분과 중간원료 자급률이 100%를 초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의 자급률 상승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기업들의 석유화학 수출 중 중국 비중이 37.3%에 달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률은 2018년 94%에서 2023년 74%로 급락한 바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에틸렌 1700만톤 추가 증설을 예고하고 있어 국내 석유화학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포트폴리오 전략 따라 희비교차
정유 4사는 정유 외 포트폴리오 구성이 전체 영업이익에 미친 영향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11월 SK E&S와 합병으로 석유화학, LNG(액화천연가스), 전력, 배터리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석유탐사 및 개발부터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로 석유화학 밸류체인을 구축했으며 배터리, 소재 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친환경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매출은 2025년 상반기 기준 정유 56%, E&S CIC 16%, 화학 12%, 배터리 9%, 윤활유 5%, 소재‧석유개발‧기타 2%로 구성돼 있다.
3분기에는 LNG 발전소의 계절적 성수기 효과로 E&S 부문 영업이익이 2분기 대비 122.1% 급증하며 다각화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다. 별도 연결된 SK온의 배터리 사업도 SK온 통합법인 기준으로 영업이익 179억원을 달성하며 그룹 차원의 에너지 솔루션 포트폴리오가 위험 분산에 기여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GS칼텍스는 3분기 정유 사업부문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거두었음에도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글로벌 교역물량 감소에 따른 화학 부문 적자로 전체 영업이익 개선 폭이 제한됐다. 정유와 석유화학 간 균형 포트폴리오 전략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GS칼텍스는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부문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각각 77%와 18%로 4사 중 석유화학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은 3분기 마이너스 141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4분기 마이너스 502억원, 2025년 1분기 마이너스 526억원, 2분기 마이너스 319억원에 이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영업실적 회복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마련 필수
에쓰오일은 정유, 석유화학, 윤활기유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2025년 3분기 기준 정유가 7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업부문이 정유에 집중된 만큼 3분기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정유 부문 영업이익 증가 폭이 전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제마진 상승기에는 강력한 영업실적 회복세를 보이지만 마진이 악화되는 시기에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로 평가된다.
이에 에쓰오일은 수직계열화된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비정유 부문의 사업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2019년 발표한 2단계 석유화학 투자의 핵심이자 9조2580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모회사 아람코(Saudi Aramco)의 신기술인 TC2C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가동한다.
석유화학 불황이 장기화하며 NCC 감축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쓰오일은 신기술 TC2C 도입으로 수율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정유‧화학 통합을 통해 우수한 원료 경쟁력과 설비와 운영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에쓰오일의 전략이 석유화학 불황을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6월 기계적 완공 후 안정화 과정을 거쳐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1월 현재 EPC(설계‧조달‧시공) 공정률은 92%로 완공 이후에는 화학 사업 비중이 12%에서 약 25%까지 확대된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며 정유 비중은 85%로 4사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아 전체 매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으며 정유 4사 중 사업규모는 가장 작지만 윤활유 부문의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영업이익 폭이 확대되며 전체 영업실적이 개선됐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정유 비중을 축소하고 신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으로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파트너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과는 M-X(Mixed-Xylene) 사업을, HD현대쉘베이스오일과는 윤활기유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HD현대오씨아이와 카본블랙 부문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합작기업 HD현대케미칼은 HPC(Heavy-feed Petrochemical Complex)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 상반기 대산공장 내 부지에서 PE, PP 포함 석유화학제품을 상업가동했다.
정유 4사는 2025년 4분기에도 계절적 수요 증가와 더불어 3분기 정제마진 개선 기조가 이어지며 양호한 흐름을 지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11월 19달러로 2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중국 무역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같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며 석유화학 수요 회복 시기도 예상할 수 없어 낙관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박진아 기자: pja@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