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고무 시장은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천연고무는 고무나무의 과잉재배 및 중국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합성고무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연고무 가격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해 글로벌 합성고무 생산기업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급격히 상승했으나, 무분별한 합성고무 증설 및 고무나무 식목이 급증하면서 2016년까지 공급과잉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천연고무는 고무나무를 식목한 이후 4-5년이 지나면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리먼 사태 이후 5-7년이 지난 2013-2015년 공급물량이 급격히 쏟아져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수요의 30-3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수요가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천연고무는 중국 경기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중국시장이 침체되면 천연고무 시장도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천연고무 시황 개선 여부는 중국 경기가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연고무는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등 3개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67%를 차지해 메이저 생산국가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디아, 중국, 동남아, 북아프리카 등이 나머지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천연고무 생산량은 2016년 1265만톤으로 전년대비 3.1% 증가했으나 수요는 906만톤으로 2.0% 증가에 그쳐 심각한 수급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개국이 고무나무 농장을 코코아나무 등으로 전환할 것을 장려하고 정부가 과잉물량을 매입해 재고를 쌓아놓는 등 다각적으로 생산량 감축과 가격인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마이너들이 치킨게임을 유발함에 따라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천연고무는 기후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만 식목이 가능하다”며 “식목면적은 늘어나고 있으나 소비가 침체돼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대 수요처인 타이어 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타이어는 글로벌 고무 수요의 70-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타이어에 투입되는 고무비중은 천연고무 20-25%, 합성고무 20-25%로 나타나고 있다.
타이어용 고무 수요는 2016년 1625만톤으로 4.4%, 2017년에는 1692만톤으로 3.7% 증가하는 등 수요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타이어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천연고무 공급물량이 급격히 증가해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연고무는 수급이 타이트했던 2011년 RSS 3(Ribbed Smoked Sheet 3)이 톤당 4000달러대, TSR 20(Technically Specified Rubber 20)은 2800-3000달러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하지만,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2014년 9월 2000달러가 무너지는 등 급락했으며, 2016년 1-2월에는 TSR 20이 FOB Singapore 톤당 1160달러, RSS 3이 1270달러로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시장 관계자는 “천연고무는 앞으로 2년간 크게 상승하는 일이 없고 2016년에도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2017년 공급증가율이 둔화되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변수가 다양해 예측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천연고무 가격이 약세를 지속함에 따라 합성고무도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
SBR(Styrene Butadiene Rubber), BR(Butadiene Rubber) 등 범용 합성고무는 천연고무 대체소재로 인식되고 있어 천연고무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는 대체소재 관계로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서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SBR 가격은 2014년 1/4분기에 CFR SE Asia 톤당 1700-1850달러를 형성했으나 하락세를 계속해 2015년 12월 1105달러로 추락했다.
중국의 타이어 생산량이 25-30% 감소함에 따라 SBR 생산기업들은 가동률을 30-50%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 생산 조절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합성고무는 가동중단 및 감산이 잇따르면서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자연에서 재배돼 공급량 조절이 어려운 천연고무의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면서 지속적으로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
국내 합성고무 시장은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양분하고 있으나 천연고무 약세가 장기화됨에 따라 합성고무도 상승이 어려워 당분간 수익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관계자는 “합성고무는 가동률을 낮추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지만 천연고무는 자연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공급량을 임의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합성고무는 가동률 감축 및 스크랩이 진행돼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천연고무가 낮은 수준을 유지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