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Naphtha)는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더라도 에틸렌(Ethylene) 및 유도제품 생산에서 열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셰일가스(Shale Gas), 석탄 등 코스트가 낮은 대체원료 공급이 증가하면서 나프타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국제유가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가격경쟁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원에서 셰일가스 및 석탄 비중이 높아져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현지투자 및 원료 다변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에틸렌은 미국과 중동의 에탄(Ethane) 베이스에 비해 코스트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이후 미국에서 ECC(Ethane Cracking Center)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국산 석유화학제품은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나프타는 경질과 중질로 분류되며 경질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의 원료로 투입돼 올레핀(Olefin)을 생산하고 중질은 BTX 및 휘발유 블렌딩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저유가 등에 업고 석탄화학과 경쟁
나프타는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 석탄화학보다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은 매장량이 풍부한 중국에서 CTO(Coal-to-Olefin) 및 MTO(Methanol-to-Olefin) 증설이 활발해 석유 베이스의 대체원료로 부상하고 있으나 국제유가가 폭락함에 따라 경쟁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석탄 베이스 올레핀 제조코스트는 NCC 공정에 비해 2.5배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탄 가격이 톤당 30달러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50달러 안팎으로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어 석탄화학의 가격경쟁력이 열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탄화학 베이스 올레핀은 나프타 베이스에 비해 순도 등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석탄화학은 석유화학제품의 핵심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활발히 투자하고 있어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 수출 악화로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에너지원, 석유에서 가스로 전환
에너지원은 셰일가스, 석탄 등 다양한 저가원료의 부상으로 석유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셰일가스는 저렴하고 풍부해 「셰일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파급력이 막대하며 글로벌 에너지원이 석유에서 가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셰일가스는 미국 중심의 생산 확대로 저가 자원시대를 유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국제유가 폭락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이 자급률을 제고하면서 원유 수입량을 줄이자 잉여물량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산유국들은 원유가 공급과잉일 때 사우디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감축해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셰일가스가 유발한 공급과잉에 대해서는 생산량 조절로 대응하지 않고 있어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도 셰일 투자기업들이 자금난을 겪는 등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셰일오일 시추리그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셰일오일 시추리그 수는 2014년 1월 1785개를 기록한 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2015년 3월 1048개, 10월 775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시추리그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추기술 향상으로 생산효율성이 높아져 오일 및 가스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며, 셰일가스는 특성상 1-2년에 매장량의 80%를 채굴하는 것으로 알려져 생산량이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제유가 약세로 셰일오일·가스 시장의 성장이 정체양상을 나타내고 있으나 공급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셰일오일·가스의 에너지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나프타 의존도를 다양하게 분산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유가 시대에도 장기전망은 불투명
나프타는 국제유가 약세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 장기전망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프타는 국제유가가 강세를 나타내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저유가가 지속되면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나 에탄에 비해서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2014년 국제유가가 폭락함에 따라 수익성이 매우 악화됐으나 2015년에는 저유가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등 다운스트림 강세로 영업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틸렌과 나프타의 스프레드는 톤당 300-350달러가 손익분기점이나 나프타는 CFR Japan 톤당 400달러대에서 등락한 반면 에틸렌은 1000달러 안팎으로 강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평균 스프레드는 톤당 590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2014년 고전한 것도 나프타가 톤당 900달러대에서 500달러 안팎으로 폭락하고 에틸렌, PE(Polyethylene) 등 다운스트림도 급락해 표면적으로는 수익성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으나 국제유가 폭락 이전에 확보해둔 나프타의 재고손실이 컸기 때문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지만, 2016-2017년에 미국이 ECC 베이스 에틸렌을 본격 생산하면 에틸렌 수급이 완화되고 강세를 지속했던 에틸렌 가격도 하락이 불가피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수익성 호조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시장과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NCC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대폭 축소하고 있으며 범용 석유화학제품 생산까지 줄이면서 고부가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ECC를 본격 가동하면 저가의 에틸렌 및 에틸렌 유도제품이 아시아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중국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출까지 침체되는 등 타격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ECC가 에틸렌 생산에 집중돼 있는 반면 NCC는 생산 스펙트럼이 넓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셰일가스 붐으로 미국의 ECC 증설이 활발했을 때 나프타 베이스 에틸렌은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하고 ECC가 생산하지 않는 BTX 및 부타디엔(Butadiene)은 수급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모두 고유가 시대가 지속된다고 전제한 가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NCC 경쟁력 열세에도 대책 “전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해외투자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에틸렌에 이어 다운스트림까지 미국 및 중동산에 비해 가격경쟁력 열세가 불가피해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플랜트는 원료가 나프타에 편중돼 외부상황 변화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료 다양화 및 업스트림 투자가 요구됐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결과로 판단된다.
시장 관계자는 “2015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좋았던 것도 미국의 ECC 증설 계획에 따라 아시아의 NCC 신증설이 거의 없었고 나프타 가격이 반토막나는 등 외부상황에 반응해 스프레드가 호조를 나타냈기 때문”이라며 “원료 다양화를 통해 나프타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있으나 국내 플랜트는 NCC가 중심이어서 원료 다양화를 위해 막대한 금액을 설비투자에 투입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석유화학 시장은 업스트림이 전무한 가운데 다운스트림에만 편중돼 있는 구조로 업스트림 투자가 매우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대한유화, SK종합화학,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C, 한화토탈이 NCC를 가동하고 있으며 롯데와 LG는 나프타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Axiall과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에 ECC를 건설해 2018년 상업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LG화학은 카자흐스탄에 ECC를 건설해 2017년 양산체제를 갖출 계획이었으나 지연된 끝에 철회했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에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39만톤 및 PP (Polypropylene) 8만톤 플랜트를 건설해 2015년 10월 시험생산에 돌입했다.
한화케미칼은 사우디 Sipchem과 합작으로 LDPE(Low-Density PE)/EVA(Ethylene Vinyl Acetate) 스윙 20만톤 플랜트를 2015년 4월 가동한데 이어 ECC 합작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Axiall과 셰일가스 기반의 ECC 합작도 검토했으나 삼성의 석유화학사업을 인수함에 따라 자금여력이 부족해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