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가 관련 책임자 20여명을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11년 5월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총 140여명의 임산부와 영·유아가 폐 손상 부작용으로 숨진 점을 고려하면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지만 옥시를 중심으로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단죄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는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 원인으로 작용한 폐 손상 유발제품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로 모두 PHMG 또는 PGH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는 6명을 구속했고 2명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2000년 10월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판매해 사망 73명을 비롯해 181명에게 중대 피해를 입힌 혐의로 신현우 전 대표와 연구소장, 선임연구원 등을 구속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흡입독성 실험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호서대 연구팀을 통해 짬짜미 실험을 한 서울대 및 호서대 교수도 구속했다. 다만, 5년간 옥시 최고경영자로 재직한 존 리(48)는 과실 책임이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형 유통기업도 수사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홈플러스는 2004년, 롯데마트는 2006년 PHMG가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출시해 각각 41명(사망 16명), 28명(사망 12명)의 피해자를 냈고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을 지낸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구속됐다.
하지만, 대규모 사법처리에도 불구하고 과실 책임이 있는 외국인들은 모두 법망을 빠져나가 본사의 책임 규명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옥시 영국 본사의 지시 및 관여·묵인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으며, 2년간 경영했던 거라브 제인은 증거은폐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지만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옥시의 실험결과 은폐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법률 대리인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못했다.
유해물질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정부 관련부처에 대해서는 책임도 묻지 않았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작용 민원이 잇따랐지만 2011년 8월에야 폐 손상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11월 동물실험을 근거로 CMIT와 MIT 함유제품에서는 독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해 애경, 이마트는 수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도 형식적인 조사를 받는데 그쳤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제품과 같은 계열의 화학성분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해성 논란이 커지고 있고 정수기 등 생활가전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필터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OIT는 페인트, 접착제 등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첨가하는 화학물질로 CMIT와 같은 계열이며 쿠쿠전자, 대유위니아, LG전자의 공기청정기 10종이 OIT 코팅 필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는 뒤늦게 OIT가 함유된 공기청정기와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의 안전성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뒷북행정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환경부가 생활화학제품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환경정책이 국민 일반의 건강과 보건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련기업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면피를 시켜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환경정책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검토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