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대표 조남성)가 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중국 진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까지 발생함으로써 위기를 맞고 있다.
2차전지는 중대형인 전기자동차(EV)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비행기, 선박 등으로 적용분야가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SDI와 LG화학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배터리 글로벌 1위로 삼성전자 공급을 독차지하고 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투자 확대를 통해 배터리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삼성SDI는 캐시카우를 담당하던 케미칼 사업부를 SDI케미칼로 분사한 후 롯데케미칼에게 2조3265억원을 받고 매각함으로써 유동자산을 확보했으며, 삼성물산 지분 매각액 70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원 이상을 2020년까지 배터리 및 ESS(Energy Storage System) 분야에 투자할 방침이다.
하지만,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 사업 매출액이 2014년 3조3275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63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에도 매출액 3조3127억원에 영업이익 마이너스 4957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1조7400억원,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8481억원으로 적자가 크게 악화됐고 갤럭시 노트7 발화사건까지 겹침으로써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발화사건 이후 임원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나 영업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EV 배터리 4차 인증 탈락,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사건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영업부진 장기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자국기업 보호정책에 따라 전기버스용 2차전지 공급이 차단된 가운데 승용차용도 추천 자동차 리스트에 포함돼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중국기업에게 유리한 고지를 내준 것으로 파악된다.
추천 자동차 리스트에는 중국 자동차기업을 비롯해 2차전지도 모두 중국기업만 등록돼 있으며 삼성SDI와 LG화학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배터리 생산기업들과 비교해 1-3년 정도 기술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나 중국의 자국기업 보호 전략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게 공급한 갤럭시 노트7 배터리 셀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량 리콜하는 사태가 벌어져 에너지솔루션 사업부의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발화 원인이 2015년 새로 도입한 파우치형 배터리의 공정 결함으로 밝혀지면서 중소형 배터리의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는 파우치형으로 전기자동차용인 각형과는 다른 종류이지만 기업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전기자동차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은 동일제품을 사용하지만 공정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는 삼성SDI가 파우치형 배터리의 공정 기술력을 완벽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산을 감행해 배터리 분리막에 결함이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배터리 생산공정에서 배터리 셀 내부에 극판, 음극과 양극이 눌린다거나 절연테이프가 건조하는 과정에서 수축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분리막은 주로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해왔으나 갤럭시 노트7에 투입된 분리막은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Toray BSF)이 공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중국 수요기업들이 배터리 공정의 안정성을 문제 삼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배터리 공정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타격”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삼성SDI가 삼성전자의 방패막 역할을 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70%를 삼성SDI가, 30%는 중국 ATL이 공급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발화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삼성SDI는 공급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리콜에 나선 후 ATL에게 주문을 늘리고 다른 중국·일본 배터리 생산기업에게 납품 여부를 타진하는 등 배터리 대체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교체된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에서도 발열·방전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배터리 발화 사태가 삼성전자의 자체적인 문제라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일체형 배터리가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문제를 삼성SDI가 떠안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삼성SDI가 삼성전자의 방패 역할을 맡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