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16.11.21
트럼프 시대가 막을 올렸다.
미국 유권자들은 미국의 두테르테라고 불릴 정도로 선거유세에서 막말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를 왜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백인 중하층의 반란이라고 말하지만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세계1위 경제대국으로서의 양보와 군사적 부담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트럼프는 선거유세 기간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폐기는 물론 FTA 재협상을 공언했고 중국에는 보복관세 45%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에 대해서도 FTA의 단물을 빨아먹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든가 아니면 스스로가 알아서 방위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트럼프나 보수주의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지도국으로서의 위치에 신물이 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FTA를 확대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군사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의 위상이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쇠락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호혜적 지원을 중단하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나을 것이 없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미국 FTA 재협상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국방비 부담을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 것인가, 국민에 대한 복지수준을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가 등등 많은 논점을 던져주고 있다.
산업에 따라 다르지만 한-미 FTA로 국내기업들이 상당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국방책무를 미국에게 떠넘기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해 구해준 보람이라고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고, 스스로는 책임지지 않으면서 호의호식하는 것이 보기 민망할 지경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는 미군을 원수 취급하지 않던가?
트럼프의 역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러오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되새겨볼 시점이다. 국가 사이에는 적이 따로 없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의 우방이 내일의 적으로 변신할 수 있듯이,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화학산업도 여러 가지 외적 도움을 받아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트럼프 시대를 맞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요구된다.
한-미 FTA 재협상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석유, 석탄, 천연가스가 다시 부흥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에너지 혁명에 따르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셰일혁명의 영향이 2017년부터 석유화학 시장을 강타할 것이 분명한 가운데 태양광, 전기자동차, ESS는 쇠락의 길에 접어들지는 않겠지만 미국 수출의 꿈은 상당부분 접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유도 국제유가 약세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석유화학은 PVC에 이어 2018년부터 미국산 PE가 대량 유입되면서 다시 한번 생사의 갈림길에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500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과연 스스로의 힘으로 역경을 이겨낸 경험이 몇 번이나 있는지 성찰이 요구된다. 화학산업도 마찬가지이다.
<화학저널 2016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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