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대표 김성식)이 자회사 벽산페인트를 매각하고 건축자재 사업에 집중한다.
벽산은 성장성이 낮은 벽산페인트를 매각함으로써 유동자산을 확보하고 석고보드, 유기단열재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벽산페인트는 1973년 벽산의 페인트사업부로 시작해 1999년 벽산화학과 합병한 이후 2001년 벽산페인트로 회사명을 변경했으며 모기업 벽산이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벽산페인트는 국내 도료 시장경쟁이 과열되고 투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매각을 결정했으며 해외를 중심으로 인수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도료 시장은 경기침체로 국내수요가 둔화된 가운데 생산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거나 B2C(Business to Consumer) 거래를 확대하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벽산페인트는 건축, 공업, 선박, 중방식, 피혁 등 다양한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으나 내수 매출비중이 98-99%에 달해 국내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법인이 없고 수출도 부진해 경쟁기업에 비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매출비중은 2015년 기준 건축용 37%, 공업용 35%, 중방식 18%, 선박용 5%, 피혁용 5%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건축·공업용에 집중하고 있다.
도료 매출은 중방식도료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2014년 757억8300만원, 2015년 761억3100만원으로 증가했으나 2016년 상반기에는 330억16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3% 감소했다.
최근 셀프 인테리어가 급성장해 DIY (Do It Yourself) 도료가 주목됨에 따라 국내 페인트기업들이 대리점 직판 중심의 영업전략에서 탈피해 온라인채널을 개설하고 B2C 영업을 강화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벽산페인트는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도료의 중요성이 부상함에 따라 꾸준한 R&D(연구개발) 투자가 요구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벽산은 사업별 매출비중이 건축자재 67%, 도료 16% 수준이나 도료 R&D 투자가 2015년 24억9400만원으로 건축자재 6억7200만원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벽산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R&D 부담이 높은 도료 사업에서 철수하고 글라스울(Glass Wool), 석고보드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신 성장동력 육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시장 관계자는 “벽산페인트를 매각해 유동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파악된다”며 “건축자재를 중심으로 신증설을 활발히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벽산은 70억원 가량을 투자해 2016년 7월 화성에 유기단열재 「아이소핑크」 No.5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돌입했다.
화성공장의 아이소핑크 생산능력을 1만7400톤으로 5600톤 확대했으며 압출보드와 관련된 선진기술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벽산은 한국USG보랄과의 OEM(위탁생산) 관계를 마치고 석고보드 신규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벽산은 사상 최대 투자규모인 총 1500억원을 투입해 KCC와 한국USG보랄이 양분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3사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벽산은 USG보랄과 판매계약 종료 이후인 2019년부터 석고보드 신규공장을 가동할 방침으로 풀가동을 가정하면 매출이 1500-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라스울은 6만톤 공장을 보유한 가운데 3만톤의 추가증설도 검토하고 있어 투자재원 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무기단열재인 글라스울은 건축물의 내화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KCC, 벽산, 한국하니소가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석고보드, 무기단열재는 단일품목으로 판매하기보다 천장재, 내외장재, 바닥재 등과 패키지로 공급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벽산이 신규투자를 진행하는 사업들이 대부분 국내에서 과점체제를 형성한 가운데 성장국면을 맞이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