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폭등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 생산시설이 9월14일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9월16일 싱가폴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71.95달러로 19% 이상 폭등했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도 12.35% 폭등한 67.66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는 10월 인도분 WTI가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15% 이상 폭등한 채 거래를 시작했다.
아람코가 운영하는 아브카이크 정유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되면서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570만배럴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짐으로써 브렌트유는 80달러를 넘나들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570만배럴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로 전체 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국제무역 측면에서 보면 절대적 영향을 미치기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석유화학제품은 글로벌 생산량의 90-95%를 자기소비하고 5-10%만 거래된다고 가정할 때 1%의 생산차질이 발생하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국제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하지만, 원유는 석유화학제품과는 달리 교역비중이 훨씬 높으나 전체 공급량 중 5%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폭등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석유 전문가들은 최악을 가정해 배럴당 10-15달러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20-30달러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지 않더라도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짙다.
드론 공격을 받은 정유시설이나 유전을 2-3주만에 뚝딱 보수할 수도 없거니와 생산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2-3개월이 아니라 6개월 이상이 필요하고, 미국이 전략적 비축유를 방출한다고 해도 20-30일은 모르지만 3개월 이상을 커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항상 존재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는 측면에서 대비가 필요했고, 특히 한국은 사우디산 원유 수입비중이 매우 높아 만반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했다.
하지만, 2018년 사우디산 원유 3억2317만배럴을 수입해 수입비중이 29%에 달했고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이 공격을 받거나 나포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무책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럴 상황도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중국 경제가 6%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말을 믿고 국제유가가 장기간 치솟지 않을 것으로 안심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2019년 2분기 성장률이 6.2%에 그쳐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심화됨으로써 2020년에는 6%를 유지하기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화학은 어떠할 것인가?
국제유가 폭등을 타고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약세에서 벗어나 폭등국면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중국 경제 침체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심화에 따라 국제유가와는 별개로 약세국면을 계속할 것인가, 국제유가 폭등이 글로벌 경제 침체를 가속화시켜 석유화학이 침체의 구렁텅이로 빨려 들어갈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