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가 12월9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56)에게 징역 2년, 김모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54), 박모 인사팀 부사장(54)에게는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검찰수사에 대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관련 자료 일체를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일사분란하게 계열사 직원을 통해 지시하는 방안으로 컴퓨터 서버, 이메일, 메시지 등 엄청난 양의 자료 일체를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대대적으로 인멸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중을 판단하지 못한 증거들이 인멸·은닉돼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지장을 초래했다”면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피고인 5명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사업지원TF 소속 백모 상무(54) 상무, 서모 상모(47)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54)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이모 부장(47)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안모 삼성바이오 대리(34)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이 부사장 등은 본안이라고 할 수 있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자신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결론과 관계없이 사건의 유무죄 판단이 가능하다고 봤다”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았고 오로지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방해했다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즉, 재판부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사장 등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예상되던 2018년 5월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 문건 등을 은폐·조작하도록 지시하거나 직접 실행한 혐의를 받았다.
순차적인 지시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지분매입,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룹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이 작성한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의 작성자를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바꾸는 등 조작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용서버를 공장 마룻바닥이나 직원 집에 숨긴 사실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