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신학철)이 국내 ESS(Energy Storage System) 배터리 사업 비중을 줄인다.
잇따른 화재로 수요가 줄어들고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맞물려 신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던 ESS산업이 화재를 계기로 침체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ESS사업부 산하 북미‧중남미 지역과 유럽을 담당하는 1담당과 국내와 아시아 지역 영업을 담당하는 2담당을 단일 조직으로 통합했다.
2개 담당 조직을 단일화하면서 사업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국내에 공급하는 ESS 배터리 물량은 축소할 예정이나 해외에서는 이미 상당한 물량을 수주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거래하는 국내 중소 ESS 관련기업 관계자는 “2020년 사업계획을 위해 LG화학에 ESS용 배터리 모듈 공급을 재차 요청했지만 국내에 배정할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LG화학이 이슈가 많은 국내보다 해외영업에 집중하면서 국내 모듈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LG화학은 국내사업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관련 조직 변경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면서 “국내사업을 축소할 계획은 전혀 없으며 2차 조사위 발표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내 ESS 사업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LG화학의 사업 축소와 같은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ESS 시장은 잇다른 화재 사고 이후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국내를 중심으로 ESS 사업을 키워온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면 결국 국내시장이 활기를 잃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17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ESS 1215곳 가운데 삼성SDI가 652곳(53.7%), LG화학은 379곳(31.2%)에 배터리를 공급해 양사의 비중만 85.0%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2019년 6월 1차 ESS 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후에도 추가 화재가 이어지면서 최근 2차 조사를 벌이고 있어 신규 발주가 전무한 상태라는 점도 시장 침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배터리 생산기업의 손실규모가 커질 수 있으며 2020년 6월 이후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하향 등 정부 지원도 축소될 예정이어서 국내수요 감소도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친환경 기조 아래 ESS 설치 확대를 지원하고 있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변수가 큰 국내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2019년 3분기 영업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19년 ESS 국내매출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외매출은 전년대비 50% 증가하고 2020년에도 30-40%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SDI 역시 장기적으로는 해외매출 비중이 80-90%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