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기업들이 하반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유기업들은 상반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사상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했으며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회복 기미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흑자전환이 불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별 소비량은 총 7310만1000배럴로 전년동월대비 7.4% 급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7월 소비량이 7억1703만4000배럴로 전년동기대비 평균 3.6% 감소한 가운데 7월에만 2배에 달하는 감소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에는 휘발유 소비량이 7.0%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대다수 석유제품 소비량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유 소비량이 36.9% 급감했고 선박 연료 등으로 사용되는 벙커C유도 8.1% 감소했으며 경유와 LPG(액화석유가스) 역시 각각 4.6%, 1.6% 감소했다.
나프타(Naphtha)도 9.6% 감소해 석유화학 공장의 가동률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8월에는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됐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항공 수요가 여전히 저조할 뿐만 아니라 역대 최장의 장마까지 겹치며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 특수가 기대 이하를 기록했다.
원유 정제마진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2주 연속 플러스 전환했으나 정유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0.6달러에 그치고 있어 영업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역부족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휘발유 외에 경유, 등유, 항공유 정제마진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정유 관계자는 “최근 정제마진 상승은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2개의 여파로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설비 다수가 셧다운되면서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확산돼 국제유가가 상승한 영향”이라며 “근본적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는 상반기에 영업적자가 5조1000억원에 달했으며 8월 말부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된데 이어 3단계까지 격상되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3분기가 오히려 2분기보다 더 나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2분기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이익 증가로 적자 폭을 줄였는데 3분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정유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1-8월 정유 4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3조4000억원으로 2019년 발행총액의 90%에 달하며 자금 72%는 부채 상환, 세금 납부 등에 사용됐다.
정유 4사는 7월 말 코로나19 여파로 유예받은 4월분 유류세 등 1조4000억원과 1조원이 넘는 6월분 유류세까지 2개월치를 한꺼번에 납부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K)